한국전쟁이 일어난지 반세기가 흘렀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한반도에는 그 어느때보다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6.25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참전용사와 부상자,그리고 그 유족들이 살아 있고 조국이 분단된 상황에서 한국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이 극복해야 할 업보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한 2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돼 관심을 끈다.

전쟁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춘 기존 서적들과는 사뭇 다른 관점으로 6.25를 바라봤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가 펴낸 "전쟁과 사회"(돌베개,1만3천원)는 피난 점령 학살이란 세 가지 주제로 전쟁에 가려진 민중들의 삶을 들춰낸다.

그는 정치사회학적 관점에서 "한국전쟁이 민중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오늘의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김 교수는 "누가 먼저 총을 쏘았는가. 왜 전쟁이 발생했는가"란 문제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전쟁 중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그런 일들은 왜 일어났으며 전후 한국정치에 어떻게 재생산됐는가"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한국전쟁이 단순한 전투가 아닌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폭력을 수반한 고도의 정치게임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는 또 국가,이승만과 지배층,민중들이 각각 전쟁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들여다본다.

김 교수는 피난 과정에서 철저하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지배층의 행태를 비판하고 이같은 그들의 양태가 한국의 정치상황을 어떤 식으로 왜곡했는지를 파헤친다.

아울러 권력기반이 취약한데서 비롯된 지배층의 반공 콤플렉스,일제강점기부터 지속된 군대 및 경찰의 비민주성 등이 어떤 모습으로 정치구조에 투영됐는지도 분석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수수께끼"(이희진.오일환 저,가람기획,9천원)는 군사적 "작전상황"을 기록한 문서들을 토대로 분단의 배경부터 종전까지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들은 "군사작전이야말로 전쟁의 본질적인 의도와 흐름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소련의 사주로 북한이 남침했다"(전통주의적 해석)거나 "미 제국주의가 자신의 팽창야욕을 채우기 위해 전쟁을 유도했다"(수정주의적 견해)는 식의 해석을 거부한다.

당시의 냉전구도가 한반도의 분단을 초래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냉전구도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미국과 소련은 오히려 상호 협조 아래 한반도를 분할했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저자들은 소련의 태평양전쟁 참전의 진실,38선에 감춰진 배경,인천상륙작전의 또 다른 모습,북진의 미스터리 등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도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

<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