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판 "양들의 침묵"으로 불리는 "다섯번째 여자"(권혁준 역,좋은책만들기,전2권)가 번역됐다.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의 베스트셀러 소설.

1998년 독일에서 "올해의 책"과 "독일 추리문학상"을 휩쓴 화제작이다.

만켈은 수사관 발란더를 주인공인으로 하는 연작을 통해 스웨덴에서만 3백만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운 초대형 작가.

"다섯번째 여자"는 범죄자의 심리와 사회환경을 깊이있게 다루면서 재미와 문학성을 함께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는 폭력.

그것도 여성에게 가해진 남성의 폭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를 쓰고 새를 관찰하던 한 남자가 대나무 함정에 떨어져 죽는다.

난초를 사랑하며 꽃가게를 운영하던 한 남자는 나무에 매달린 시체로 발견된다.

한 대학 연구원은 자루속에 담겨 호수에 던져진다.

수사에 나선 발란더는 희생자들에게 가해진 폭력이 또다른 폭력에 대한 응징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죽은 남자들은 아내나 내연의 여자들에게 가혹행위를 일삼았던 것이다.

범인은 뜻밖에 여자였다.

그녀는 친아버지와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다.

부엌에서 술취한 의사에게 낙태수술을 받던 어머니의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간호사가 된 그녀는 들판이나 호수에서 발견된 여자들의 시체를 통해 폭력남성들의 명부를 작성했고 어머니마저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잔혹한 보복살인에 나선 것이다.

이 작품은 사건의 진행과 함께 폭력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끊임없이 일깨운다.

수사를 맡은 발란더도 자신에게 잠재된 폭력성을 발견하고 당황한다.

사회악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또다른 폭력을 동원하는 모순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범죄라는 거울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프리즘을 비춘다.

그의 렌즈에 포착된 인간과 사회의 명암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된다.

스웨덴에서 일어난 특정 사건을 넘어 21세기 사회병리라는 거대한 환부에까지 메스를 들이댄다.

주인공의 캐릭터도 절묘하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사색적인 발란더는 순탄치 못한 결혼생활로 인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인물.

복수를 결행하는 여자의 내면심리와 영혼을 들여다보는 데는 그보다 더한 적격이 없다.

<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