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광주에서 주인공 영호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공포에 떨다 집으로 돌아가던 여학생을 오발로 살해한다.

그리고 울부짖는다.

"학생 빨리 집에 가야지.학생 일어나,흑흑흑 아~악".

70~90년대 질곡의 현대사를 빼어난 감각으로 그려낸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영화속 이 한 장면은 어떤 사료보다 5월의 광주를 명징하게 전달한다.

80년 광주는 분명 역사의 "오발탄"이었다.

총을 쏜 사람은 표적을 잘못 골랐고 맞은 사람은 잘못된 역사의 현장에 서있었다.

MBC EBS KBS 등 방송사들은 광주민주화항쟁 20주년을 맞아 영화나 연극 등 문화적 스펙트럼으로 조명한 5.18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오는 19일 EBS "시네마천국"(오후 10시)에서는 광주의 상처를 다룬 80~90년대 영화들을 통해 5월의 광주를 만나본다.

5.18을 영화소재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다.

80년대 군사정권 아래에서는 "5.18"은 여전히 폭동이었으며 금기였다.

때문에 80년대 광주를 주제로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영화를 통해 변혁을 꿈꾸던 독립영화들이었다.

김태영 감독의 단편영화 "칸트씨의 발표회"와 80년대 전설적인 독립영화단체 장산곶매의 "오,꿈의 나라"는 이러한 금기에 도전한 대표적 영화다.

광주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90년대에는 장선우 감독의 "꽃잎"과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80년 광주가 남긴 상흔을 파고들었다.

MBC는 오는 18일 임철우의 연극 "봄날"(낮 12시15분)을 방송한다.

지난 3월 극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던 이 작품은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 병사가 겪는 피해의식과 내면적 혼란상을 통해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자 할때 가능함을 이야기한다.

이밖에 KBS1은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수호의 텍스트로 평가받는 5.18의 국제적 위상을 다룬 "광주항쟁 그후 20년"(오후 10시)을 방송한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