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있는 레스토랑에서 최고의 코스요리를 맛본 듯 했다.

어느 음식(곡) 하나 미각(청각)을 자극하지 않은 것이 없었고 아쉬움이나 모자람도 없었다.

지난 13,15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홍혜경,제니퍼 라모의 듀오콘서트"는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다양한 레파토와로 고전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준 무대였다.

이번 콘서트의 관심은 홍혜경 못지 않게 제니퍼 라모에 집중됐다.

인기 절정의 체칠리아 바르톨리에 버금가는 메조소프라노라는 찬사를 확인해보는 자리였기 때문.

특히 13일의 성공적인 공연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15일의 객석은 라모의 노래를 음미하려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첫 곡인 들리브 오페라 "라크메"중 "가자,말리카여"가 끝나자 관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라모는 중저음에서 탁월한 파워를 내보이면서도 기교적인 장식음을 순발력있게 소화하는 진정한 "메조 콜로라투라"였다.

헨델의 "줄리어스 시저"에서 영웅적인 시저를 노래하다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는 아리따운 로지나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자질 덕택이었을 게다.

물론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치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 곡도 있었다.

그는 비제의 "카르멘"중 "하바네라"와 "세빌리아의 이발사"중 "방금 들린 그 목소리"에서 곡의 흐름에 맞는 강약조절을 하지 않고 "열창"으로 일관했다.

그만의 개성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전반적으로 가사전달력이 뛰어난 발성도 돋보였다.

홍혜경은 여전히 맑고 투명한 샘물같은 음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몽세라 카바예를 연상시키는 목소리였다.

그는 특히 극적인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감정을 무리하게 이입시키지 않는 노련함을 보였다.

"줄리어스 시저"중 "괴로운 운명에 눈물이 넘쳐"가 대표적인 예.

이집트의 왕 프톨레메우스를 저주하는 클레오파트라의 노래에서 섬세한 감정의 흐름과 음의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데 더 노력하는 듯 했다.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는 "메트에서 배역을 늘려가고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예전보다 훨씬 자신에 찬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며 "지금이 홍혜경의 최고 전성기인 것 같다"고 평했다.

이번 공연은 소프라노와 메조가 한 무대에 오른 콘서트,바로크와 벨칸토 오페라의 고품격 아리아들을 선보인 콘서트란 점에서 국내 공연계와 성악계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