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문순태씨가 신작 장편 "그들의 새벽"(한길사,전2권)을 펴냈다.

광주민중항쟁 20주년 기념작은 1987년 문예중앙에 "무등굿",1996~1997년 전남일보에 "5월의 그대"로 실린 것을 절반 이상 고쳐 쓴 소설이다.

5월 항쟁 당시 전남매일신문 부국장으로 있었으니 20년간 준비해온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8 소설이라면 식상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언제 우리가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드러낸 적 있습니까. 9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가공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소요를 우회적으로 다룬 작품이 고작이었습니다. 상징으로만 처리했죠"

문씨는 "그들의 새벽"에서 항쟁의 주체를 구두닦이,철가방,다방 레지,택시 기사,등 밑바닥인생으로 세운다.

도청에 끝까지 남았던 이들은 대학생도 아니었고 일반 시민도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5월 21일 기자부터 식자공까지 모두 도망치라고 해놓고 혼자 장성까지 나왔습니다. 걸어서 다시 고창까지 간뒤 서울로 오는데 완전히 딴 세상이더군요. 버스 안에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서울에 가서 여관에서 하룻밤 묵는데 광주사람이라면 형사들이 나와서 다 잡아가는 거예요. 하는수 없이 소설가 한승원씨 집에서 일주일 묵었죠"

광주로 돌아온 문씨는 1주일내 신문을 발행하지 않으면 폐간시키겠다는 계엄사의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누구도 신문을 만들려하지 않았다.

문씨는 궁여지책으로 1면에 광주 추모시를 넣고 나머지는 연합통신으로 채우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시인 김준태가 1시간 만에 써온 시는 장장 2백행에 달했다.

당국은 74행으로 쳐냈다.

그러자 조판원들이 원본을 빼돌렸다.

전남매일앞에는 원본을 구하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전남매일은 결국 광주일보와 통폐합됐다.

"광주대 문창과에서 교편을 잡은지 여러해입니다. 창작의 고통을 일깨우기 위해 매년 신입생들에게 단편 3편과 중편 3편을 베껴오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두 불륜소설 일색인거예요. 이청준 소설이 하나도 없습니다. 제 이름도 잘 모르는데 "걸어서 하늘까지"라고 하면 끄덕거립니다. 그건 드라마로 나왔거든요"

시절이 이럴진대 그의 5.18소설이 잘 팔릴까.

소설가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죽음으로 자존을 지킨 들꽃같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증언하고 싶었다는 고백 뿐이다.

윤승아 기자 a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