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최몽룡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국내 고고학계 학맥 가운데 하나인 삼불(김원룡 전 서울대 교수의 아호) 학파의 대표 학자로 꼽힌다.

정년을 얼마 안남긴 최 교수는 한국 상고시대 전공으로 최근 풍납토성 발굴과 관련해 일반인들에게 어느 정도 소개가 되기도 했다.

최 교수의 취미는 "카메라 모으기".

하지만 "취미"라는 표현은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집(방이 아니라) 전체가 카메라로 꽉 차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소장 카메라 수는 대략 7백여개.

어지간한 직업 사진작가도 이 정도는 안되리라 싶다.

게다가 전문 소장가답게 사진 찍는 실력도 프로급이어서 주위에서 전시회를 가져 보라는 권유를 종종 받는다고 한다.

그가 카메라를 모으게 된 동기는 한마디로 사진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사진찍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진기를 모으게 된 것도 그 무렵이라고 기억됩니다. 특히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사진 찍는게 많은 도움이 되면서 사진기를 모으는데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계기는 또 있다.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있는 골동품 카메라를 모두 가져 가지나 않을지"하는 걱정이다.

"그 사람들 남의 나라에서 싸게 물건을 사다 비싼 값에 되파는게 특기 아닙니까. 남대문 청계천 등을 뒤져 보면 온갖 희귀한 골동품 카메라들이 많이 나와 있어요. 대부분 별 생각없이 내다 판 것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귀중한 유물들을 모두 잃게 될지도 모를 것 같았습니다"

카메라 종류가 하도 다양하다보니 사연 있는 제품도 적지 않다.

그 중 하나는 히틀러의 전속 사진사가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1933년산 라이카II형이다.

사진기 아래 부분에 독일어로 "국민 사회주의 독일 노동당(나치) 통신원인 하인리히 호프만에게 드린다"는 문구가 적혀 있고 몸통 부분에는 나치의 철십자 문양이 붙어 있다.

"하지만 사진에 관련된 모든 열정들은 일단 퇴임 이후로 미뤄 놨습니다. 아직은 연구에 전념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서 아마 한 10년쯤 뒤 지금까지 수집한 카메라들을 모아 카메라 박물관을 차리려고 합니다"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