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어버이날.

각박한 세상에 부모의 마음처럼 따뜻한 둥지가 어디 있을까.

아버지의 속깊은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시 한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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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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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1913년 평양 출생. 숭실전문학교 문과 졸업. 1934년 동아일보에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등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김현승시초""옹호자의 노래""견고한 고독""절대고독""마지막 지상에서" 등을 남김. 1975년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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