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토네이도"가 지구촌을 강타했다.

"사이버 카지노"로 전락한 주식시장엔 시가총액 10억달러가 넘는 "기가(Giga)주식"이 수두룩하다.

하바드와 스탠포드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벤처 카우보이"가 인터넷 골드 러시의 주인공.

가진 것은 돈과 시간밖에 없는 "엔젤 일당"까지 가세,금융시장을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러나 "사이버 귀족"을 부러워 마시라.

이제 거품은 터진다.

지금 인터넷 주식을 팔지 않는 자에게 화있을 진저,그때 가서 경고하지 않았다고 불평해야 소용없다.

미국 첨단기술 전문잡지 "레드 헤링"회장인 앤서니&마이클 퍼킨스의 "인터넷 거품"(형선호 옮김,김영사,1만 1천 9백원)이 번역됐다.

나스닥하락과 관련 전세계 인터넷업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붕괴론을 강도높게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집필 동기는 간단하다.

금융천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벌인 판에 뒤늦게 들어온 "개미"들은 "덤터기"쓰게 돼있으므로 어서 물러나라는 충고다.

인터넷 버블이 터질 경우 손실액은 약 1조 달러.

창업자와 벤처캐피탈리스트,투자은행가 등 소위 "내부자"는 경미한 부상을 입고 살아남겠지만 일반투자자인 "외부자"는 알거지 되기 십상이다.

현 상황을 거품으로 보는 이유는 금융권의 과잉투자와 인터넷기업의 적자 두 가지다.

매출액과 시가총액을 비교해보자.

1999년 1.4분기 1백30여개 미국 인터넷기업의 총매출은 1백50억달러,자산가치는 4천1백억달러였다.

수학적으로 풀면 시가총액을 정당화하기 위해 향후 5년간 연평균 80%의 매출 증가를 달성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현재 최고수준의 매출신장세를 자랑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53%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94년 이후 투자자들은 인터넷기업의 수익성을 따지지않고 "묻지마투자"를 했다.

1998년의 경우 1백30개 신규펀드가 1백7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아마존은 창업 초기 돈을 대겠다는 자본가가 많아 "당신이 고객이면 1번,벤처 캐피털리스트면 2번을 누르라"는 자동응답서비스를 해야할 정도였다.

아마존은 흑자라서 현금세례를 받았던가.

아직까지 아마존은 마이너스다.

인터넷의 월마트를 꿈꾸는 이 서점은 오직 장래성으로 승부한다.

수익을 내고 있는 소수 인터넷기업중의 하나는 야후다.

그러나 제리 양은 "아직 3회말이다.

나는 구장에서 야구 게임을 하고 있으나 관중은 싼값에 입장권을 되팔고 나가버릴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러워 한다.

물론 투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엔 튤립 열풍이 몰아쳐 대장장이까지 튤립 구근을 샀다.

구근 가격은 하룻밤새 2~3배 폭등했다.

결국 대폭락의 날 많은 사람이 파산했다.

20세기초 자동차회사는 5백여개였다.

자본가들은 신종사업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지만 포드 등 몇 개만 살아남았다.

1980년대 디스크드라이브 등 컴퓨터하드웨어 생산업체가 투자광풍에 휩싸였지만 역시 소수만 남고 퇴출당했다.

거품론에 대한 반대의견도 많다.

신경제를 믿는 학자들은 장기 호황을 장담한다.

과거의 전례를 들이대며 폭락가능성을 암시하면 이번엔 다르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은 미래사회의 핵심 기술이므로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란 분석이다.

저자들은 "이번엔 다르다"란 주장 또한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1929년 대폭락 4개월전 미국 포브스지에는 "1924년이후 미국은 새로운 산업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획기적으로,완전히 역사적인 규모로 발전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독일 도이체 방크의 수석연구원 에드워드 야드니는 올해 불황가능성을 70%로 보았다.

한줌밖에 안되는 핵심블루칩이 인터넷주가총액의 86%를 떠받치는 현재 장세가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일이다.

< 윤승아 기자 a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