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어린이들을 감동시켜온 동화작가 안데르센.

그의 삶은 아름다운 동화만큼 행복했을까.

그러나 안데르센 연구가들은 그가 참으로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유전적인 정신병으로 죽었고 어머니도 거렁뱅이 생활을 하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가난한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못생긴 외모 때문에 여성들로부터 매번 퇴짜를 맞았으며 평생 한번도 사랑에 성공하지 못한 채 숫총각으로 삶을 마감했다.

한마디로 그는 불우하고 고독한 천재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 밑바닥에는 짙은 콤플렉스가 드리워져 있다.

겉으로는 아름다운 이야기 같지만 찬찬이 뜯어보면 엽기적인 내용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굴곡진 어린 시절과 비참했던 인생역정이 그대로 배어있는 것이다.

미국 아동문학연구가 안나 이즈미가 쓴 "안데르센의 절규"(황소연 역,좋은책만들기,7천원)에는 불행했던 천재작가 안데르센의 작품과 인생이 비교분석돼 있다.

이 책은 9편의 동화와 그 속에 깔린 작가의 심리상태를 해부한 것이다.

같은 출판사가 지난해말 펴낸 "그림 동화 X파일"에 이어 두번째 선보인 "새로운 분석의 묘미"시리즈.

저자는 명작의 행간에 감춰진 안테르센의 인간적 갈등을 흥미롭게 파헤친다.

첫번째 얘기 "인어공주"를 보자.

원작에서 인어공주는 왕자와 새로 맞이한 신부의 행복을 빌며 칼을 던지고 스스로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여자와 결혼한 왕자와 그의 신부를 죽이겠다고 저주하는 내용으로 얘기를 바꾼다.

여자에게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고백하며 구애하다 거절당하고 충격을 받은 안데르센의 속마음을 노출시킨 것이다.

사실 안데르센의 동화는 무겁다.

"인어공주"처럼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사람 곁에 다가가지만 결혼할 수 없거나,"얼음공주"처럼 결혼할 수는 있어도 곧 죽음을 당하는 얘기들이 대부분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결국은 불태워지고 마는 "외다리 장난감 병정"도 열등감이 빚어낸 복수극의 변형이다.

그 유명한 "성냥팔이 소녀"에도 마음속의 할머니 외에는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자신의 환경이 투영돼 있다.

저자는 "안데르센의 삶에는 부정과 긍정이 뒤얽혀 있다"고 말한다.

현실이 비참할수록 이를 다른 시각으로 반전시켜 아름다운 동화세계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가 동화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의도와 함께 자신의 정신병적 습성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고 한다.

명작속에 감춰진 작가의 내면을 알고 읽으면 짧은 동화 한편도 거대한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고두현 기자 kd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