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는 남북간 문화.예술분야 교류 활성화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달 초로 예정됐던 "2000년 평화를 위한 국제음악회"의 평양 공연이 무산됨에 따라 허탈의 늪에 빠져 있었던 문화계는 최근 각종 교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예술계는 지난 5일 평양 모란봉 극장에서 개최하려다 연기된 "2000년 평화를 위한 국제음악회"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불가능했던 서울에서의 북한 민간공연단 공연 관람은 물론 남북 양측 공연 관람단의 자유로운 상호 방문까지도 성사시킬 계획이다.

미술계는 내달중 남북한 및 해외교포 미술작가 3만5천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사이버미술전"을 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천년준비위원회가 발표한 남북작가 33인전도 5일간의 일정으로 오는 6월 판문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있었던 남북합동음악제를 녹화중계했던 방송계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회장 윤동찬)는 오는 25~29일 평양에서 남북이 함께 공연하는 "창극 춘향전"을 위성으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PD 4명과 카메라맨 1명으로 구성된 방송팀을 22일께 북한으로 보내 공연실황과 객석표정,조선국립민속예술단의 연습 및 활동장면을 담을 예정이다.

윤동찬 회장은 "춘향전 8막 중 전반 4막은 남측이,후반 4막은 북측이 공연키로 했다"면서 "북측이 전반 4막 가운데 일부 단역과 음악연출을 맡고 남측은 후반 4막의 일부 연출을 진행하는 등 명실상부한 남북합동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4.25 예술영화촬영소"와 공동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합의한 독립제작사 네오비전(대표 홍종명)도 이달말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간다.

네오비전은 기획과 촬영을,북한은 장비와 인력지원을 각각 담당하게 된다.

네오비전은 1차로 평양 개성 함흥 등 3개 지역에 카메라맨과 PD를 파견,향후 1년여에 걸쳐 북한 전역에서 "평양에 부는 새바람""평양 사람들""조선의 교예""조선의 음악"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홍종명 대표는 "완성된 다큐멘터리를 MBC와 SBS등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내보낼 계획"이라면서 "그동안 방송사들이 북한에 들어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한번에 25일간이나 체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영화계는 남북간 합작영화를 제작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춘사 나운규의 일대기를 그릴 "아리랑" 공동제작 문제를 북한측과 협의해온 SN21엔터프라이즈의 김보애 회장은 이달말 북한을 방문,조선수출입영화사측과 실무문제를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은 특히 이번 방북 기간에 합작영화 제작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북한측과 공동제작 방식에 대해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김호선 감독도 민비 시해사건을 다루게 될 "명성황후"의 공동제작을 비롯 남북 공동영화제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와 학술 출판 종교 분야에서도 남북한의 협력은 잇따를 전망이다.

문화재 분야의 경우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공동 관리.조사하거나 교환 전시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판계 역시 북한과 저작권 협의를 체결하는 등 교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나춘호 회장은 "북한측에서 저작권을 출판협회에 위임하면 남한 내 판매를 대행해 주고 인쇄료를 북한으로 송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계에선 개신교단체인 대희년민족통일선교대회 소속 8명이 북한에 들어가 23일 평양의 봉수교회와 칠골교회에서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합동 부활절 예배를 올린다.

오는 6월께에는 강영섭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위원장을 서울에 초청하는 문제도 협의중이다.

정부도 민간부문의 교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 나설 방침이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최근 "문화 예술 체육 관광분야의 "남북교류준비단"을 구성해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