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뉴욕 주가폭락 사태를 예견하고 일본 엔화의 침몰을 경고한 "일본 사망 보험"(마츠무라 겐조 저,최경애 역,도서출판 지구촌,8천원)이 출간됐다.

저자는 자딩 플레밍증권과 스미스바니증권 트레이더로 일하다 스위스 컨설팅사를 거쳐 프리베 취리히에셋매니지먼트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금융 전문가.

그는 이 책에서 지난 98년부터 뉴욕다우지수의 움직임이 위험지역에 접어들었고 2000년이나 2001년에는 폭락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최근의 주가 추이가 대공황 직전 상황과 너무 닮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 하는 데 있다.

그는 "뉴욕 다우지수의 폭락과 함께 일본 엔화가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거액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채권국으로서 일본의 엔 자산이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 것이라는 주장은 쉽게 믿기 어렵지만 뉴욕 다우지수 폭락과 글로벌 경제의 위기,엔화 가치 폭락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적 요인,아시아 경제체질과 유로화의 결함을 연계시켜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는 일본경제가 버블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엔화의 시세가 높은 점에 주목한다.

버블경제의 피크 때인 지난 90년 엔 시세는 달러당 1백60엔이었으나 심각한 불황이 이어진 지금은 당시보다 크게 높은 1백5엔이다.

현재의 엔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에 유럽 거대은행들은 얼마전부터 일본에 "일본 국채 사망보험"(Japan Default Swap)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이 10년 이내에 이자지급 불능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해 국채에 보험까지 걸기 시작한 것이다.

유로시장에서 일본 정부보증채의 금리가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보다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2년전 일본은행법이 일본은행권을 무제한 발행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뀐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지폐발행 보증제도"와 "최고 발행액 제한제도"를 철폐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지폐 발행고를 관리할 수는 없으나 화폐 공급률을 관리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그는 이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어쩔 수 없이 법을 개정해야 할 정도로 일본의 금융시스템이 궁지에 몰려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달러 독주시대에 유로화나 엔화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미국 자본의 위력이 커진 만큼 엔화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최근 10년동안 시장규모와 시가총액에서 몇 배나 확대됐다.

그 결과 미국의 뮤추얼펀드는 거대화되고 개인금융자산도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를 배경으로 한 미국자본이 뮤추얼펀드나 헤지펀드 형태로 각국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 주가 폭락은 세계시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그는 "미국자본으로 주가상승이 지탱돼온 유럽시장에서 투기자본이 뉴욕의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급속한 매도주문을 낼 것"이라며 유럽 증시가 뉴욕발 폭풍에 휘말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국 체력이 좋은 미국의 달러화는 내리지 않고 유럽 아시아 자금이 미국으로 도망치듯 유입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유로 단일통화의 파탄까지 우려된다"며 "체력이 약해진 엔화는 당연히 급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엔 시세가 달러당 2백50엔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