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화려하고 대담한 디자인의 보석이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

옷도 소품도 현대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이 유행의 중심에 섰던 지난 10년간
보석 또한 최대한 절제되고 숨겨지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야 했다.

옛 유럽귀족 취향의 크고 요란한 보석 장신구들은 박물관 진열품이나
사치스러운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특히 한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작고 깨끗한 디자인의 보석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황금과 에메랄드 같은 컬러 보석 대신 백금 은 플라티늄 등의 심플한 소재가
큰 인기를 모았다.

이처럼 소박한 멋을 지향하던 여성들의 목과 귀, 손가락 부분이 번쩍대기
시작한 것은 작년말부터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자유롭고 풍성해보이는 스타일이 거리를 물들이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액세서리도 점차 대담해졌다.

섹시하고 현란한 글리터링룩( Glittering Look . 옷과 잡화에 구슬 스팽글
등을 달아 반짝거리게 만든 스타일)과 함께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빛의
목걸이를 걸친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화려한 컬러스톤 반지를 끼거나 큼직한 펜던트를 건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명화나 그 시대를 재현한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맨틱
주얼리가 유행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유명 보석브랜드들도 트렌드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프랑스의 주얼리 하우스 "쇼메"는 올 봄 환상적인 분위기의 상품을 매장의
전면에 내세웠다.

블루 핑크 그린 등 다채로운 색의 새틴으로 만들어진 초커, 금색줄에
핑크빛 보석이 촘촘히 올려져 있는 팔찌 등 쇼메의 쇼윈도가 한결 화사해
졌다.

"런칭 초기(99년 8월)에는 브랜드 고유의 화려하고 여성적인 이미지가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맞지 않을까봐 고심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다"고 이
브랜드의 국내 에이전시인 배재통상측은 말한다.

유색보석과 황금의 화려한 조화로 유명한 이탈리아 보석 "불가리"는 이번
시즌에도 장엄하고 무게감 있는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파베( Pave . 작은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는 세팅법)세팅으로
만든 다양한 라인의 보석과 시계는 쇼핑객들의 눈을 얼마만큼 즐겁게 해줄지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전통적인 주얼리 하우스들 뿐만 아니라 패션부티크들도 로맨티시즘으로
가득 찬 보석을 내놓았다.

크리스찬 디올의 보석디자이너 빅토와르 드 카스텔란은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가 빽빽하게 박힌 "골짜기의 백합 목걸이( Lily of the valley )",
수많은 다이아몬드와 핑크 사파이어로 이루어진 초커 등을 만들어냈다.

한국에는 올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