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리브해의 선물 ''블루마운틴'' ]

물론 에스프레소가 커피의 전부는 아니다.

누구나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로 에스프레소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스프레소는 어디까지나 커피의 일종에 지나지 않는다.

커피 마니아중엔 커피 본래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이른바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커피는 원두 생산지에 따라 나뉘기도 하고 커피 소비지에 따라 나뉘기도
한다.

지금까지 얘기한 에스프레소는 대표적인 이탈리아식 커피다.

생산지에 따라 분류하자면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에티오피아 하라, 예맨
모카, 브라질 브라질리안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블루마운틴은 마니아들이 "커피의 황제"라고 부를 만큼 유명하다.

블루마운틴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도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여왕이 좋아하기 때문에 유명한 것은 아니다.

블루마운틴은 단맛은 물론 옅은 신맛, 부드러운 쓴맛 등 커피가 갖춰야 할
맛을 골고루 갖고 있다.

마니아들이 이 커피를 "황제"라고 일컫는 것은 단맛 신맛 쓴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이유에서다.

블루마운틴 생산지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자메이카.

기후가 서늘하고, 안개가 자주 끼며, 비가 많이 내리지만 빗물이 잘
스며드는 땅, 그야말로 커피 생육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이다.

이 나라에는 카리브해의 쪽빛 바다가 투영돼 늘 푸른 빛을 띠는 까닭에
"블루마운틴"이라고 불리는 산맥이 있다.

이 산맥의 고지대(해발 2천m 이상)에서 생산한 커피가 바로 블루마운틴이다.

블루마운틴이 "커피의 황제"로 자리잡은 데에는 일본의 공이 크다.

1990년대 전반 블루마운틴의 인기가 치솟자 자메이카 농민들은 대량생산에
집착했다.

하지만 이 바람에 품질이 나빠졌고 인기가 추락했다.

뒤늦게 이를 깨달았지만 자금력이 약한 농민들로선 도리가 없었다.

이때 일본이 돈을 대주고 자메이카 커피를 비싼 값에 사 주었다.

이때부터 농민들은 품질향상에 힘써 블루마운틴의 명성을 되찾았다.

서울 거리의 커피숍에서도 블루마운틴을 자주 대할 수 있다.

하지만 마니아들은 최상급 블루마운틴을 마시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블루마운틴이 조금 섞였거나 저급품이 나돌 따름이라는 것이다.

블루마운틴은 생산량의 대부분(90%)이 일본으로 수출된다.

이런 까닭에 다른 나라에서는 블루마운틴 진품은 구경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