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소묘)은 어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밑그림 역할에 불과하다.

그래서 드로잉을 미완성그림이라고 부른다.

주로 선을 이용해 이미지를 그려내는 작업이기때문에 "선의 미학"이라고도
얘기한다.

드로잉은 하나의 독립된 예술작품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 16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선과 여백-작고
작가 드로잉전"에 나온 작품들중 상당수가 독립적인 예술형식을 띠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 유족과 개인컬렉터 소장품을 합쳐
2백40여점이 출품됐다.

대부분 근대초기부터 1970년대 후반에 이르는 작품들로 야외 스케치가 많다.

자연주의가 대세를 이루는 작품들이지만 동양화 서양화 조각등 장르에 따라
드로잉의 성향도 달리 나타나고 있다.

유화분야에는 구본웅 김경 김세용 김환기 남관 도상봉 박상옥 박수근 박항섭
서동진 서진달 손일봉 오지호 이동훈 이봉상 이인성 이종우 이중섭 이쾌대
임군홍 장욱진 주경 진환 최영림등 24명의 작품이 걸렸다.

수묵채색화는 김은호 박생광 이상범 이응로 정종녀등 5명, 조각은 권진규
김종영 문신 송영수등 4명이다.

참여작가 33명 모두 근대미술사에 큰족적을 남긴 대표주자들이다.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한후 프랑스에서 유학한 이종우의 작품으로는 1926~27년
서양인 모델을 대상으로 그린 여자인물과 남자 누드드로잉등 4점이 나왔다.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석고모형이 아닌 실제 모델의 체형을
바탕으로한 인체비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1930년대에 그린 구본웅 작품은 우리나라 화가들의 드로잉에 대한 화력이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음을 짐작케한다.

서진달은 가족 친구이외에 전차나 기차 혹은 역대합실등에서 볼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그렸다.

이중섭 장욱진 김환기의 드로잉은 독립적 예술형식이라는 인식아래 주요한
표현기법으로 다루어진 작품들이 많다.

유채나 수채로 그린 작품의 전단계로서의 드로잉이 아닌 완성된 창작물로서
의 드로잉이다.

사실주의적 화풍을 보여주는 김은호 박생광 이상범의 드로잉은 실제작품보다
오히려 더 치밀한 묘사력을 보여주고 있다.

권진규 문신 김종영등 조각가들의 드로잉 역시 밑그림 이상의 분위기를
내고 있다.

3차원의 조형물을 2차원의 평면에 압축시킨 때문인지 이들의 드로잉은
훨씬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덕수궁미술관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20세기 초반이후 활동했던 국내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작가정신뿐 아니라 근대미술사에 있어 드로잉이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보기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4월9일까지 계속된다.

(02)779-5310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