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고도 짧은 세월 속에서 우리가 배운 소중한 진리, 그것은
사랑이었습니다"

한 주부가 33년간 쓴 일기와 가족편지를 모아 책으로 묶어냈다.

엄정희(50)씨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오늘을"(중앙M&B, 7천원).

누구나 쓰는 일기가 뭐 대수랴 싶지만 자신의 상처와 속내를 남 앞에 솔직히
다 내보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는 여고시절부터 결혼 25주년(은혼식)까지 지난 삶의 높낮이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꿈같은 신혼의 추억에서 혹독한 시련기를 거쳐 참된 가족사랑을 완성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결혼 5년만에 얻은 첫 아들 성주를 초등학교 1학년 때 잃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위암 선고를 받았던 사십 고개, 계속되는 비극으로 온 가족이
상처를 입지만 서로가 사랑으로 감싸안으면서 고통을 극복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남편 이승한(삼성테스코 사장)씨의 속깊은 마음이나 경영자의 아내로서 마음
졸이던 순간들도 각별하게 다가온다.

IMF 한파에 이은 구조조정, 영국기업과의 합작 문제로 입술이 터져가며
"세계적인 경영 예술가"로 우뚝 서려는 남편을 위해 남몰래 기도하던 밤들은
얼마나 길었던가.

아시아 유통업대회 한국대표단장으로 참석한 남편이 가장 탁월한 연설자로
뽑혔을 때 아내는 뿌듯한 마음과 함께 "참 이상하다. 아들이 우등상장 들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니 말이다"라고 일기에 적고 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