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데 자나르디 <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패션코디네이터 >

베스트(조끼)는 재킷, 바지와 함께 스리피스 양복의 중요한 요소다.

계절적으로도 겨울에 입는 스리피스 양복은 비록 스포티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베스트를 갖추어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예의바르고
엘레강스한 이미지를 풍긴다.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베스트를 입은 남성, 어쩐지 엘리트의 향기가 물씬
나지 않는가.

페르시아에서 시작된 베스트는 18세기 영국에서 긴 재킷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12개에서 20개에 이르는 아름다운 단추로 장식된 실크 베스트는 빅토리아
시대 금욕주의의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거의 유일한 개성표현의 탈출구였다.

영국의 에드워드 8세로부터 시작돼 영국 왕들이 즐겨 입었던 6개 단추의
베스트는 마지막 단추는 잠그지 않는다는 작은 규칙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1950년대까지 울로 짠 비교적 무겁고 두터운
옷감인 트위드로 만든 스리피스 양복이 유행했다.

하지만 이같은 보온성은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기능을 상실, 현재는 하나의
스타일을 만드는 요소로서 더 크게 자리잡게 되었다.

남성의 양복에는 여러 개의 주머니가 붙어있다.

기능적이기도 하고 멋을 더해주기도 하는 주머니중에서도 특히 베스트에
숨어있는 작은 주머니는 금색이나 은색의 체인시계와 함께 서양신사의
풍류를 전해준다.

그래서 베스트 하면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더 선호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리버튼의 싱글 재킷 등 모던한 디자인으로 연령과
상관없이 많은 남성들이 즐기는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면 베스트는 어떻게 코디해 입는 것이 좋을까.

대체로 디너 재킷에는 완만한 곡선으로 디자인된 숄 칼라 (Shawl Collar)
베스트가 좋다거나 제비꼬리 모양의 연미복에는 더블 단추의 베스트가
좋다는 등의 기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베스트는 특별한 원칙을 따르기보다 상황과 자신의 기호에 맞춰
입되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더 요긴할 듯하다.

보통 베스트의 등판은 재킷 안감으로 사용된 공단소재를 이용하는데 이렇게
잘 재단되어 만들어진 베스트가 니트 형식의 캐주얼한 타입보다 멋스럽다.

털실 베스트는 대학교수나 작가 등 지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직업인들이
많이 입는데 이는 동양과 서양이 똑같은 것 같아 흥미롭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