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술"의 절반은 가짜다.

문화관광부는 2000년을 미래 예술의 해로 정했지만 첨단조류의 무분별한
수용을 예술의 이름으로 모두 용인할순 없다.

기본기없는 실험은 창작력 부재를 숨기려는 고도의 차폐술일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조각가들은 채석장 석공처럼 진득하게 돌에 매달려있지 않는다.

향기나는 돌, 열내는 아크릴...

대리석에 전기를 끌어들이면 조각품이 말까지 한다.

첨단 신소재를 사용, 자극적인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 유행처럼 돼버렸다.

젊은 작가 유재흥씨(32)가 오는 23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내일의 작가전에 초대된 것은 시대를 거꾸로 가는 청개구리 정신
탓인지도 모른다.

고교 졸업후 5년간 노동판을 떠돌며 돌의 물성을 터득한 유씨는 오늘까지
우직하게 돌만 쪼고 있다.

나무를 비단처럼 얇게 펴내는 재주도 만만찮다.

전통적인 소재에 들이는 수공업적인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늦깎이 작가의 첫 개인전은 그간의 작업에 대한 "노력상"의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에는 돌과 나무를 혼합한 작품 10여점이 선보인다.

유씨는 나무를 보자기처럼 얇게 밀어서 돌을 감싼다.

무늬만 나무인줄 알고 들어올리려 하면 중량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윤상진씨는 "세월의 힘에 깎이고, 패이고, 다시
태어나는 인간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홍익대 조소과 졸업.

현재 동대학원에 재학중이다.

(02)737-7650

< 윤승아 기자 a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