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몇년전 국내
출판가에서는 "일본은 없다-있다"란 논쟁이 벌어졌다.

일본의 각종 사회제도와 문화상품을 베끼면서도 겉으로는 "쉬쉬" 했던
우리 사회에 진지한 "일본탐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주관에 따라 내려진 단정적인 결론 뒤에는 곱씹어볼 만한
여백이 별로 남지 않았다.

문화현상을 진단한다면서 내용의 깊이와 질은 함량부족이었던 책도 많았다.

"욕하면서 배우는 일본-조양욱이 털어놓는 일본,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조양욱 저, 베틀.북, 7천원)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쉽사리 결론을 내놓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일본의 대중문화, 문학, 교육, 정치, 스포츠현상 등을 소개하고 우리 사회와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짚어보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볍게 읽고 치울만한 책도 아니다.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나와 일본 교도통신 기자, 국내 언론사 문화부장,
주일특파원을 지낸 필자의 박식함과 유려한 문장이 하나의 문학작품을 대하는
느낌을 준다.

각 페이지마다 달려있는 "조양욱 산문집"이란 작은 글씨를 발견하고서야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저자의 겸손함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이 그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살펴보는 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늠해보고 있다.

"임진왜란이 그립다?"에서 한.일간의 역사를 돌아보고 "두번 치르는 입학식"
에서는 교육문제를 다룬다.

"설날과 일본인의 집단최면"은 민속양식을 비교하고 "새천년의 비단길을
찾아서"는 두 나라의 바람직한 미래관계를 열어보인다.

모두 47꼭지의 테마로 책을 엮었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된 이와이 순지 감독의 일본영화 "러브레터"도 인용하는
등 시의성도 돋보인다.

< 장규호 기자 seinit@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