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과 실험극을 기피하는 대학로의 최근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실험극
두편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극단 얼.아리는 지난달 28일부터 대학로 혜화동1번지 소극장에서
"바이러스:10√2" (연출 윤영선)를 공연중이다.

관객들을 무대로부터 격리시키는 "낯설게 하기"(브레히트의 소격효과)와
"로마 신화"를 차용한 생경한 연출기법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의 순수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제목속의 10√2는 "사랑"(love)을 의미한다.

극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맨 나중에 나온 것은 "희망"이 아닌 "사랑"
이었다는데서 출발한다.

그 사랑은 시기와 질투, 거짓과 욕망으로 포장된 비합리적 감성의 바이러스.

등장인물의 이름도 "치명적 사랑" "중독된 사랑" "음험한 사랑" 등 사랑의
이미지로 대신한다.

관객과 무대를 가로막는 아크릴 투명막으로 관객을 무대로부터 소외시키는
무대장치가 특징.

투명막은 무대와 객석간 의사소통을 단절시키는 효과를 내고 관객은 아무
의미없이 내뱉어지는 대사속에서 극을 이해하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된다.

27일까지.

(02)763-6238

소극장 리듬공간에서 공연중인 극단 동인의 "햄릿-침실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의 침실장면을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을 확대해석한
이미지연극.

인간의 욕망은 죽음으로서만 해소할 수 있다는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햄릿의 비극은 어머니의 섹스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다.

오필리어를 강간하고, 끝내 어머니의 사주로 그녀를 살해하는 햄릿의 모습은
극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무릅위에 누워있는 햄릿의 귀에 독약을 부어 죽이는
왕비의 모습을 통해 욕망의 야만적 이미지를 투영했다.

연출가 조병진은 "자신도 모르게 폭력에 길들여지고 이를 즐기는 현대인에게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무대를 통해 현대사회의 폭력성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7일까지.

(02)3672-4293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