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다 절벽을
가로질러 가는 새 떼
저 숨죽인 평행
새 떼가 절벽을 벗어나는 순간
부서지는 파도 소리.
절벽도 바다도
푸른 날개를 달고...

양채영(1935~) 시집 "한림으로 가는 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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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액센트는 "새 떼가 절벽을 벗어나는 순간/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있다.

새떼와 파도 소리의 대칭과 조화가 시에 입체감을 준다.

이어지는 대목을 산문으로 바꾸면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함께 절벽도
바다도 푸른 날개를 달고 새떼처럼 날아갔다"가 될 것이다.

여기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의 청각적 이미지가 시각적 이미지로 바뀌는
대목도 주목해 읽을 만하다.

쌈박한 수채화 같은 시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