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한국인의 정서로 볼 때 분명히 혐오동물이다.

전국민의 12분의 1이 쥐띠에 속하지만 쥐는 역시 쥐인 것이다.

요즘엔 햄스터라는 별종 쥐가 어린이들의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귀여워할 구석이 없는 동물이다.

그런데 생쥐 한마리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한편이 전세계에서 적잖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의 영화 "스튜어트 리틀"이 지난 7일이후 벌어들인 돈은 자그마치 1억
달러.

그러나 우리의 관심사는 흥행수입이 아니라 생쥐 애니메이션 하나가 어떻게
그 많은 관객을 모으게 됐느냐 하는 점이다.

서양사람들의 동물사랑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대상이 하필 쥐가 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영화의 나라 미국에서 쥐가 스크린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역사는 매우
오래다.

월트 디즈니가 창안한 미키 마우스는 세계적인 명물로 이미 굳어져 있다.

쥐가 그 달갑지 않은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서양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은 미키 마우스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튜어트 리틀"에서 보이는 인조 생쥐 이야기는 야박한(?) 한국인
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동물사랑의 차원이 아니다.

스튜어트는 뉴욕 시립고아원에 수용된 떠돌이 생쥐다.

사람을 위한 고아원이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동물도 보호받을 자격요건이
된다는 발상이 미국답다.

입양아를 구하기 위해 고아원을 찾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너그러움도
부럽다.

외국에 입양된 한국인 고아의 상당수가 학대를 받는다는 소문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단순히 "꾸며낸 이야기"로 보기엔 양부모의 자세가
너무도 진지하다.

생쥐에 입을 맞추는 것이 조금도 징그럽지 않은 것은 소박한 인간 심성
때문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모두가 웃음거리밖에 안된다.

생각해 보라.

입양 생쥐 한마리가 가출했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법석을 떠는 그
아버지의 모습이며, 친자식이나 잃은듯 눈물을 글썽이는 그 어머니의
반응을...

인간의 체통이 말이 아니다.

이들을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비웃을 생각이라면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미물에도 사랑을 베푸는 것을 아름답게 본다면 가족과 함께 즐겨
볼만 하다.

비록 집안에 쥐덫을 놓는 입장이라 해도 말이다.

미국 극장가는 요즘 끈끈한 가족관계를 다룬 영화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2"의 흥행성공도 그런 사례에 속한다.

미국영화가 이렇듯 가정복귀현상을 보이는 것은 경제적 풍요로 넉넉해진
미국민의 마음을 반영하는지 모른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인조생쥐 한마리에 박장대소하다니...

그러나 이 영화를 유치하다고 보는 시각이 결코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편집위원 jsr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