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학습법이다.

그러나 두터운 역사책을 덮는 순간 여러 왕조와 사건들은 기억하지만
"역사"는 남지 않는다.

최근 출간된 "테마 한국사"(정유민 저, 청년정신, 1만원)는 이처럼
박제화되고 현실속의 삶과 단절된 역사서술방식을 탈피해 눈길을 끈다.

고조선에서 대한민국에 이르는 역사의 흐름을 인물 난 미술 서책이라는
4개의 키워드를 뼈대삼아 독특하게 풀어냈다.

각 테마는 당시의 생활상과 발전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넷이 합쳐 역사의
줄기를 이룬다.

이 책은 "인물로 읽는 한국정치사" "난으로 읽는 한국 사회사" "미술로 읽는
한국문화사" "서책으로 읽는 한국사상사" 등 총 4부로 구성돼있다.

인물로 읽는 한국정치사에서는 고구려의 건국시조 고주몽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한걸음에 치달아 여운형 김구 이승만 등 20세기의 인물들로
연결된다.

2부 난으로 읽는 한국 사회사에서는 당시 사회의 모순과 세력간의 갈등을
통해 민초들의 생활을 살펴봤으며 3부 미술로 읽는 한국문화사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창작물을 통해 시대의 독창성과 시대성을 밝혔다.

마지막 4부는 각 시대를 지배한 사상의 특색과 사상의 변화를 다뤘다.

테마로 풀어낸 이 책의 특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 내용과 기록된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진던 역사가 생활속의 생생한 역사로 다가온다.

역사란 현재와 미래의 거울이라는 명제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저자는 "역사의 내용을 아는 것보다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우치는 게 중요하다"며 "역사책을 읽는 독자들이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가 되어보라"고 권한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