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자연을 통해 꿈과 상상력을 키운다.

대자연은 살아있는 교과서이자 학교다.

사진작가 김중만(46)씨의 아프리카 야생동물 사진집 "동물왕국"(김영사,
3만 5천원)은 책으로 보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진작가가 아프리카 동물 사진집을 펴낸 것은 처음이다.

김씨는 케냐와 보츠와나 잠비아 등 아프리카 대륙을 1년동안 누비며 사자
표범 코끼리 등 야생동물들을 촬영했다.

그가 찍은 필름은 1천여통.

그 중에서 가장 아끼는 사진 1백75컷을 올컬러로 편집해 출간했다.

그의 아프리카행은 열살 난 아들때문에 이뤄졌다.

야생동물을 유난히 좋아해 늘 외국 사진책을 뒤적이는 모습을 보다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훌쩍 날아간 것이다.

이 사진들은 아들과 함께 하루 열두세시간씩 현장을 살피며 포착한 것이다.

사자를 가까이에서 찍기 위해 10미터 앞까지 다가가기도 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재미있는 동물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들려준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는 1백미터를 3.3초에 달리지만 지구력이 약해
6백미터 이상 달리면 공격을 포기한다는 비밀을 귀띔해준다.

사냥에 성공한 후에도 가쁜 숨을 가누기 위해 15분은 쉬어야 먹이를 먹을 수
있으며 그 사이에 독수리나 하이에나가 먹잇감을 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섬세한 관찰은 우기가 끝나 다른 사진작가들이 모두 철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희귀동물들을 찍을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처음에는 네발동물만 찍었다.

그러다 차츰 새들에게 관심을 돌렸다.

30여종의 아프리카 조류사진 가운데 공작무늬 물총새, 관머리백로, 흰눈썹
두견이, 잔점박이 독수리는 쉽게 볼 수 없는 새들이다.

이 책의 또다른 미덕은 단순히 동물의 몸길이가 어떻고 하는 도감류의
차원을 넘어 자연과 어우러진 동물들의 사생활을 상세하게 담았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풍경과 생명의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식물 외에도 장엄한 원시림의 자연이 눈을 사로잡는다.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한 저녁 노을과 1초만에 사라지는 빅토리아 폭포의
무지개는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는 곧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2차 원정을 떠난다.

이번에는 어른들을 위해 좀 더 드라마틱하고 격동적인 사진을 선보일
계획이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