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선, 세련된 마무리, 차분하고도 따뜻한 색채 대비의
옷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매료시키는 디자이너 손정완씨.

그의 옷은 "고급스런 취향을 가졌으며 유명 수입브랜드도 성에 안차는
감각적인 2,30대 여성들"을 매니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손정완 부티크는 고급화를 지향하는 대형백화점에서 없어서는 안될
간판급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손씨를 바라보는 패션계의 눈길도 각별하다.

한국패션의 개척자격인 제 1세대들에 이어 금세기를 이끌어 갈 대들보
역할을 그에게 기대하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인 후진들과의 가교도 그의 몫이다.

손정완씨가 최고의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낙천적인 성격과
가족의 사랑이 있었다.

그의 작업실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시부모와 친정부모, 형제들에게 물려받거나 선물받은 앤틱제품으로 방안이
가득차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아놓은 재떨이, 접시, 1백년전에나 썼을법 한 주판, 사진
전문가들도 탐내는 콘탁스 카메라 등 진귀한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이중 그가 특히 아끼는 것은 오래된 영사기와 모자케이스다.

영사기에는 시아버지의 며느리 사랑이 담겨 있다.

옷감장사를 했던 그의 시아버지는 젊은 시절 여행을 대단히 즐겼다고 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찍은 풍물을 보기 위해 50년도 더 전에 일본에서
영사기를 구입했고 며느리를 맞으면서 아끼던 그 물건들을 고스란히 물려준
것이다.

손씨는 지금도 시간이 날때면 남편과 함께 영사기를 돌리며 젊은 시절의
시아버지 모습을 본다.

모자케이스는 직접 모았다.

해외 출장을 갈때면 꼭 골동품가게에 들를 정도로 앤틱광인 그가 모자케이스
를 컬렉션하기 시작한 것은 8년전.

뉴욕 앤틱숍에서 낡고 너덜너덜해졌지만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묻어 있는
모자케이스를 발견한 이후 그 매력에 사로잡혔다.

"유럽 상류사회에서는 지금도 모임이나 행사에 가려면 반드시 모자를 쓸
정도로 모자는 중요한 패션아이템입니다. 패션을 완성시켜 주는 소품이기도
하구요. 모자도 아름답지만 그것을 보관하는 케이스 또한 고급스럽고
로맨틱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종종 제 디자인 발상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모자케이스 컬렉션은 부피가 크고 흠집나기 쉬운 종이재질이라 꼭 손으로
들고 들어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집에 열중한 덕에 6개 정도를 모았다.

"올 4월에 치를 패션쇼는 좀 더 드라마틱하게 꾸미고 싶다"는 손정완씨.

베스트 컬렉션에서 받은 디자인 영감이 어떤 스타일의 옷으로 표현될지
기대된다.

< 설현정 기자 so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