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옛 시절을 연상시키는 악극은 객석을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만든다.

전쟁과 보릿고개 등 굴곡의 삶을 헤쳐온 중장년층이 악극 한없이 빠져든다.

지난 93년 국내에 악극붐을 부활시킨 극단 가교(대표 최주봉)가 "비내리는
고모령"으로 또 다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오는 15~2월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번지없는 주막"과 "홍도야 울지마라" 등에 이은 가교의 일곱번째 무대다.

"비내리는..."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채 외아들을 위해 인고의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

충청도 시골마을의 순박한 처녀인 순애는 유학생 재호와 사랑에 빠져 혼례도
치루기 전에 임신을 한다.

하지만 재호는 다른 처녀와 결혼하고 임신 사실이 들통난 순애는 본처가
있는 시집으로 쫓겨가는 신세가 된다.

오직 아들을 위해 본처와 재호의 구박을 이겨내는 순애.

하지만 6.25전쟁과 가난으로 자식마저 양자로 떠나보내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술집가수로 홀로 살아가는 순애에게 전쟁통에 한쪽팔을
잃은 재호가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내고 그녀의 인생에 또 다시 회오리바람이
부는데...

김성녀가 농익은 연기와 꺽어부르는 트로트실력으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애비없는 자식을 낳은 여인의 기구한 사연을 풀어놓고 최주봉이
재호역을 맡는다.

이번 무대는 20대에서 50대까지를 소화해내는 두 사람의 연기변신이
볼거리다.

김씨는 "5분 가량 나오는 20대 처녀연기를 보고 후배들도 웃지만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며 "20대연기가 제게는 이번 무대의 가장 큰 희열"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제가 이 나이 이 얼굴로 악극 아니면 언제 주인공해보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인환 윤문식 김진태 등 중견연기자들이 한무대에 서고 "비내리는 고모령"
"이별의 부산정거장" "꽃마차" 등 18곡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02)369-2914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