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방송계는 본격적인 "군웅할거"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말 통합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방송질서는 재편의 급류를
타고 있다.

공중파 3사가 시청률 90%, 광고 80%를 독식하던 독과점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제 공중파.케이블TV.위성방송의 3원체제가 이끄는 명실상부한 "다매체.
다채널"의 세상이 열리게 된다.

채널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방송의 세분화.전문화가 가속화된다는
의미다.

강상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년내로 매체 환경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대변전의 서막이 올랐다"고 분석한다.

새천년 방송환경 변화를 주도할 선봉은 위성방송이다.

이달중 방송법이 공표되면 한달내에 방송위원회가 구성된후 3~4월께
위성방송 사업자를 공고하게 된다.

예정대로라면 6~8월께 사업자를 선정, 6개월정도 시험방송을 거쳐 빠르면
올해말 상업 위성방송이 시작된다.

이경우 50~60여개의 위성채널이 더해져 전체 채널은 1백여개까지 늘어난다.

현재 데이콤의 자회사인 DSM과 한국통신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국내 대기업, 언론, 외국자본도 잇달아 위성방송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방송의 출범은 규제완화의 벽을 허물면서 케이블과 공중파로도
규제완화의 도미노가 이어져 방송 전반에 대한 규제가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방송의 디지털화도 다채널 시대를 주도할 또다른 축이다.

기존의 공중파 방송용 주파수를 다지털화할 경우 최대 4배까지 채널을 늘릴
수 있다.

공중파 채널만도 20여개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1~2년 사이에 디지털화된 위성및 공중파 본방송이
실시된후 3~4년뒤면 케이블 TV도 점진적인 디지털화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케이블 업계도 2000년을 기해 미래 정보 고속도로의 주축으로의 발돋움을
서두르고 있다.

케이블들이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인터넷 부가서비스를 활성화하면서
방송.통신융합 바람은 한층 거세질 것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케이블 TV총 가입가구는 약 1백50만 가구.

하지만 채널 티어링 제도와 부가서비스에 힘입어 올해말에는 그 수가
5백만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케이블TV협회 공희정 팀장은 "사업자들의 몸집불리기와 외국기업들의
진출도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시청자 주권 시대"로의 진입도 주목할 만 하다.

시청자들은 수많은 채널앞에서 강력한 선택권을 갖게 된다.

"퍼블릭 액세스 채널"(시민참여방송)도 탄생한다.

소비자로서의 시청자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뜻이다.

방송은 실질적으로 시청자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방송환경 급변을 앞둔 방송가의 당면과제는 콘텐츠 개발이다.

1백여개에 달할 채널을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가 문제다.

무대는 마련됐지만 정작 출연진들이 턱없이 모자란 형편이어서 저질 외국
프로그램이 만연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따라 제작 소스 다양화를 위한 독립제작사 육성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의 융합에 대비한 "교통정리"도 시급하다.

이미 방송과 통신의 경계는 불분명해졌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브랜드 파워를 갖고있는 공중파 방송사들이 인터넷
방송시장을 장악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예로들면서 방송.통신의 통합규제 등
관련 사안을 시급히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진흥원의 최영묵 박사는 "올해는 방송이 국가주도에서 공공부문으로
이관되는 첫해인 만큼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방송위원회가 다양한
이해집단의 목소리를 조율하며 새로운 방송질서를 정착시킬 중요한 한해가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