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프로그램속의 언어사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래어 비속어 은어를 남발하거나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언어가 난무해
시청자들의 언어문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방송진흥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달 8~14일 KBS MBC SBS의 뉴스
토크쇼 버라이어티쇼 시트콤 코미디 등 20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방송언어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우선 엄연히 우리말이 있거나 번역이 가능한 데도 굳이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를 "트라블"이라고 하거나(K2 행복채널) "계획을 미루다"를
"스테이"(M 10시 임성훈 이영자입니다)라고 표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킹"을 "남녀간 만남주선"이라는 의미로 써(S 이홍렬쇼) 외래어를 아예
잘못 사용하거나 "랭크특급" "코디언니"(S 신동엽 이영자의 기분좋은밤)
처럼 외국어와 한국어를 잘못 조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비속어 남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야 임마" "뒤에 있는 놈이"(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근데 이
자식이"(K2 서세원쇼), "저 지지배, 띵까띵까하니"(M 점프), "몰래 꼰질러.
내가 꼭 잡아다 족쳐버릴꺼야"(S 순풍 산부인과)라는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표현이 잦았다.

뉴스에서는 전투용어를 비롯한 극단적 언어가 빈발했다.

"천지도 쓰레기천지" "대기업 김치전쟁"(K1 9시 뉴스), "벼랑끝 치닫는다"
"퇴진운동 불사"(M 뉴스데스크), "불법개조 기승" "전방위 압박수사"(S 8시
뉴스) 등이 지적됐다.

방송진흥원 관계자는 "방송언어는 시청자의 언어문화나 사고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방송사들이 좋은 말과 바른 표현을 찾고 언어사용을
신중히 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