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적이면서도 에로틱한 정감이 물씬 묻어나는 나도향의 단편소설 "뽕"이
연극무대에 올라 화제다.

극단 미학(대표 정일성)이 지난 20일부터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뽕".

극단 미학이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질박한 정서가 녹아 있는 근대 단편소설
을 연극으로 옮기는 "스토리 시어터(이야기 극장)"의 첫 작품이다.

나도향은 24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기 전까지 "뽕"을 비롯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등 주옥 같은 작품들을 남긴 대표적 근대 사실주의 작가.

특히 그의 작품 속에 고르게 나타난 에로티시즘과 향토적 색채는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극본을 쓴 차범석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생생한
생명감을 전달하는 원작의 분위기를 오롯이 무대언어로 옮겼다.

돈만 있으면 서방도 있고 먹을 것 입을 것이 다 생긴다는 신념으로 사는
안협집.

그녀의 삶의 방식은 식민지 백성의 우울한 초상이다.

그녀가 돈을 벌기 위해 돈푼깨나 있다는 동네 사내들과 벌이는 질펀한
애정행각과 그녀의 서방 김삼보가 노름을 한답시고 밖으로만 나도는 모습은
작가가 처했던 식민지 현실을 에둘러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정일성은 사실주의적 색채가 강한 원작을 새로운 연출로 풀어
냈다.

마당놀이마냥 내레이터가 등장해 극을 진행하고 배우들이 무대 양편에 앉아
시종일관 극을 지켜 보다가 때로는 뽕나무와 무대 배경으로 등장하는 등
색다른 연출을 선보인다.

코믹한 정사 신은 연기자들의 과감한 노출에도 불구하고 외설스럽다는
인상을 상쇄하며 극을 유쾌하게 이끌어간다.

방송인이자 극단 미학의 단원인 배유정이 안협집 역을 맡아 농익은 연기를
펼치며 김명수는 내레이터와 김삼보 2역을 소화해낸다.

28일까지 평.토 오후4시 7시, 일 오후3시 6시.

(02)745-9884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