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능력이 뛰어난 습지는 "자연의 콩팥"으로 불린다.

습지의 수많은 미생물과 동식물들이 육지에서 흘러내려온 부유물질, 중금속
성분들을 무해한 형태로 탈바꿈시켜주기 때문이다.

KBS1 환경스페셜(17일 오후 10시15분)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습지중
하나인 울산 무제치늪의 생태계를 탐구한다.

해발 7백m 정족산에 자리잡은 무제치늪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수 없는
고층습원 지역.

낮은 기온탓에 늪지 바닥에는 각종 원시 식물들이 수천년간 썩지 않은채
퇴적층(이탄층)을 이루며 쌓여있다.

이 때문에 고층습지는 식생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제작진은 산업화의 대명사인 울산에서 아직도 풍성한 생태계를 지켜가고
있는 무제치늪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이삭귀개 땅귀개 끈끈이주걱 등 희귀한 식충식물들, 크기가 3cm 미만인
꼬마잠자리, 수컷이 알을 등에 업고 부화시키는 큰물자라 등 진귀한
동식물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무제치늪 이탄층의 깊이는 1백20m.

제작진이 확인한 결과 무려 약 5천9백60년 전의 것이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탄층을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6천년전 울산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린 온난 다습한 기후였으며 상록활엽수인
오리나무가 번창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면서 척박한 곳에서도 잘 견디는 참나무 소나무가
증가한 반면 상록활엽수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음을 알수있다.

프로그램은 나날이 파괴되고 있는 무제치늪의 어두운 면도 보여준다.

산림도로의 건설로 토사가 늪으로 유입되면서 건조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

생태계 파괴의 피해는 결국 인간이 입게 된다는 점을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일깨워준다.

KBS 울산총국 제작.

< 박해영 기자 bon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