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서정춘(1941~) 시집 "죽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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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칸칸마다 불이 꺼진 밤기차에서 마디가 있는 대나무를 연상했을
것이다.

기차는 내 고향을 향해 달려가고, 그 기차 속의 사람들도 내 고향 사람들
처럼 고달프겠지...

기차와 대나무, 기차 속의 고달픈 삶과 대꽃 피는 마을의 대비가 절묘하다.

말을 아끼고 갈고 닦아 시가 옥돌처럼 빛나지만 "푸른 기차"라는 신선한
표현이 대꽃 피는 마을의 이미지를 더 싱싱하게 만들고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