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봉(52)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겸 한국마케팅학술연구소장이
"이 시대의 작은 거인들"(삶과꿈, 1만2천원)을 펴냈다.

이 책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에서 미래지향적 경영전략으로 위기탈출
에 성공한 16개 기업의 노하우를 담았다.

MBC-TV "전정봉 교수의 기업탐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난 5년간 분석한
3백개 기업 가운데 모범이 될만한 기업들을 엄선했다.

학계와 업계, 연구분야를 두루 섭렵한 그는 이들 기업의 국내외 경영현장을
일일이 답사하면서 "보이지 않는 힘"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들의 사례를 통해 21세기형 경영전략을 제시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의 경영자들이 젊다는 것이다.

평균연령 40대초반.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지능형 변전실"로 벤처기업의 전형을 보여준 케이디파워와 인터폰기술
로 영상정보통신을 주도하고 있는 코맥스는 앞선 미래감각으로 성공한
경우다.

컬러 와이셔츠로 돌풍을 몰고온 필립물산의 "색깔경영"도 젊은 사고에서
나왔다.

"성공하는 기업의 경영자는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색깔있는
와이셔츠를 입으면 마음이 젊어지고 사고도 유연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죠"

이 책에 소개된 기업들은 아이디어와 기술, 창의력으로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산 클럽으로 골프시장의 신화를 일군 랭스필드와 원터치 자동텐트로
레저산업에 새바람을 일으킨 솔베이, 호텔에서 일제 식기를 몰아낸 온양
도자기, 헤어드라이어로 불황을 날려버린 유닉스전자, 보석시장의 무서운
아이 유신쥬얼리가 그렇다.

디스크 치료 벨트로 창업 1년만에 매출 4백억원을 올린 창의메디컬, 싱싱한
공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청풍, 맥가이버칼로 틈새시장을 장악한 코웰산업,
시계수출 강국을 꿈꾸는 아동산업, 욕실문화의 선두주자 동원세라믹,
IMF시대에 더욱 빛나는 경동보일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길을 찾고 거기에 맞는 최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등을 차지하려는 게 아니라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했다는 게 중요합니다"

전 교수는 "소량다품종 시대에 사양산업은 없다"면서 "앞으로는 옛방식의
소모적인 경쟁보다 함께 잘사는 공생의 지혜와 미래지향적 윈.윈전략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