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선율이 흐르는 정통 뮤지컬 "태풍"과 강렬한 비트의 록으로 꾸민
"록 햄릿".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두편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서울예술단의 야심작 "태풍"은 원작의 맛을 오롯이 살리면서 현실을
풍자한 반면 서울뮤지컬컴퍼니의 "록 햄릿"은 현대판 햄릿을 등장시켜
젊은이의 방황을 그렸다.

오는 20~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무대에 오르는 "태풍"은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남긴 "템피스트(Tempest)"가 원작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뮤지컬로
제작된다.

부패한 권력자 알론조 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외딴 섬으로 추방당한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빚는 기성세대의 갈등을 퍼디넌트 왕자와 마법사의
딸 미란다가 사랑으로 치유한다는 줄거리.

서양음악과 국악의 충돌속에 이윤택식 해석이 두드러진다.

체코의 대표적 음악가 데닉 바르탁이 작곡한 서양음악과 국악 작곡가
김대성이 범패 정가 태평가를 응용한 독창적인 음악 40여곡이 어우러진다.

극중 무인도에서 암투를 벌이는 권력층의 모습을 통해 현실 정치판을
풍자하는 이윤택 특유의 시대정신도 담겨있다.

그는 2백여대의 대형선풍기를 동원해 모든 추악함을 날려버리는 태풍을 무대
위에 연출한다.

탤런트 신구와 송용태 유희성 남경주 이정화 등이 출연한다.

그는 이번 작품을 끝으로 경남 밀양에 연극촌건립을 위해 낙향한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 말미에 제 이름은 셰익스피어.저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갑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낙향했다)

(02)523-0986

오는 11~12월12일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록 햄릿"은 방황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비춘 작품.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비춰지던 햄릿은 온데간데 없고 찢어진 청바지에
오토바이를 타고 거친 록을 토해내는 세기말의 햄릿이 등장한다.

원작의 줄기만 유지한 채 자질구레한 스토리는 가급적 배제했다.

대신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극을 엮었다.

햄릿의 선왕이 출현할 때는 무당의 접신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연출되며
누이를 잃은 레어티즈의 슬픔을 향가 "제망매가로"로 전한다.

신성우와 김준원이 반항끼 가득한 햄릿역을 더블캐스트로 연기한다.

가수 리아와 정영주가 오필리어역을 맡았다.

조광화 극본, 전훈 연출, 음악 이동준의 제작진도 젊은 로커들 못지 않게
화려한 콤비를 이뤘다.

(02)562-2600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