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스카프를 머리와 목에 휘감은채 낙엽 떨어지는 스산한 거리를 걷는 가을
여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한 장면처럼 스카프는 흔히 버버리라고
불리는 트렌치코트와 함께 가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다.

목에 감거나 어깨에 걸치기도 하고 머리에 쓰는 등 장식과 실용성을 겸한
목도리의 일종인 이 고전적인 소품이 지금 가을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거리를 나서 보면 스카프를 이용해 나만의 멋을 연출한 패션리더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뜨린 스타일부터 삼각형으로 접어 카우보이처럼 목
뒤에서 매듭지은 모양, 넥타이같은 형태로 묶은 스타일 등 신세대 여성들의
스카프 연출법은 예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다양해졌다.

심지어 터번처럼 머리에 쓰거나 벨트대신 허리에 두른 대담한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주로 몸에 잘맞는 단순한 니트나 캐주얼한 블라우스, 흰색 면셔츠에 등과
매치되는 스카프는 직장여성들의 시간대별 변신에도 자주 애용되고 있다.

쌀쌀한 아침출근길에는 넓게 펴서 재킷위에 두르다가 날씨가 풀리는 낮시간
에는 흰색 셔츠만 입고 목위에서 한번 묶어주는 식이다.

또 무채색의 핸드백 끈에 화려한 스카프를 살짝 묶어놓는 이색 코디법도
등장했다.

스카프 열풍은 지난 여름부터 예견됐다.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소매없는 원피스에 스카프를 목에 늘어뜨린 멋내기가
서울 청담동등 고급 패션거리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고 가을로 접어들자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미샤 모리스커밍홈 타임 마인 등 유명 여성복 매장은 물론 시장 상품을
취급하는 로드숍까지 가을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스카프를 중심 상품으로
내세워 스카프붐을 조성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열기를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인 "럭셔리 룩
(luxury look)"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럭셔리 룩은 옷의 실루엣을 되도록 단순하게 표현하고 장식을 절제하는
대신 옷감과 소품을 최대한 고급스럽게 매치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올 추동에 모피와 가죽, 캐시미어와 같은 비싼 소재가 많이 쓰이는 것도 이
룩의 유행 덕분이다.

패션디자이너들은 "광택있는 실크에 화려한 패턴이 그려진 스카프야말로
럭셔리 룩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소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올 가을 스카프는 에르메스 페라가모 등 명품 브랜드의 패턴과 분위기를
그대로 따른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즉 가로 세로 90cm의 대형크기에 한눈에 들어오는 큼직큼직한 문양, 황금색
색조 등 명품 스카프의 공통점이 곧 올 가을 트렌드가 된 셈이다.

이중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는 말과 마차, 마차바퀴, 굵은 밧줄 문양으로
상징되는 고급 스카프의 대명사다.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9백여개의 스카프 디자인을 발표했으며 그중 클레
(Cles)와 브리 드 갈라(Brides de Gala)등은 디자인 역사에 남는 명품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브랜드 페라가모는 이국적인 풍경과 꽃무늬, 정글처럼 보이는
동물무늬 스카프로 유명하다.

또 이 브랜드의 대표적 아이템인 구두 모양을 그려넣은 스카프도 걸작으로
불린다.

보석 브랜드 티파니는 해바라기 튤립 목련 난초 등 자연을 소재로 한 내이처
시리즈를 대표작으로 내세운다.

이 내이처 시리즈는 1800년대에 첫 선을 보인 유서깊은 디자인으로 각각의
주제에 21가지의 다채로운 색상이 생산되고 있다.

이밖에 루이비통의 고동색 바둑판 무늬, 버버리의 체크, 샤넬의 CC 로고
패턴 등이 올가을 여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럭셔리 스카프 패턴이다.

명품 스카프의 평균 가격대는 30만원에서 40만원대.

원단이나 조직, 끝마무리 기법에 따라 1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닥스 발만 니나리찌 레노마 등 라이선스 브랜드 상품의 경우 10만원 안팎의
가격대가 대부분이다.

또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소재를 쓸 경우에는 1만원대의 스카프도 있다.

켈리백(에르메스의 대표적인 가방 디자인 시리즈)만큼이나 스카프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에르메스 코리아는 최근 고객들을 대상으로 스카프로 멋내기
강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에르메스에서 제시하는 스카프의 다양한 연출법을 배워보자.

< 설현정 기자 sol@ >

-----------------------------------------------------------------------

[ 스카프 멋내기 ]

* 이너웨어 스타일

폭이 넓은 스카프는 훌륭한 이너웨어 역할도 한다.

우선 대각선 방향으로 접은 후 꼭지점 지점을 엇갈리게 잡고 목뒤에서
묶어준다.

그다음 접힌 부분의 양끝을 허리 뒤로 돌려 매듭지으면 완성.

위에 재킷을 걸쳐주면 고급 실크 블라우스를 입은 것과 같은 착각을 준다.

좀더 과감한 변신을 하고 싶은 사람은 스카프가 펼쳐진 상태에서 중심을
한번 묶어볼 것.

* 트위스트스타일

아래로 늘어뜨리지 않고 목을 감싸는 스타일로 도시적이고 세련된 스카프
연출법이다.

풍성한 옷보다는 몸에 붙는 흰색 면셔츠와 단정한 재킷등 전형적인 캐리어
우먼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한쪽은 길게, 한쪽은 짧게 잡은후 짧은 쪽을 한번 돌려 고리를 만든다.

긴 끈은 고리 사이로 돌리면서 뒤로 엮어간 다음 목뒤에서 매듭짓는다.


* 리본형태로 매듭짓는 스타일

여성적이고 귀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적당하다.

미리 매듭을 묶어주고 뒤로 한번 돌려 준후 다시 매듭사이로 양쪽
끝을 끄집어내는 것이 포인트.

비교적 작은 스카프로도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주름잡힌 플리티드 스카프를 사용하면 색다른 멋이 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