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4일 막을 올렸다.

이날 오후 7시30분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에서 열린
개막식과 개막작 "박하사탕"(감독 이창동) 상영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스크린
축제에 돌입했다.

올해 초청된 작품은 53개국 2백8편.

아시아영화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세계 영화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망라했다.

<> 아시아영화의 창

"사랑과 가족" "전통과 미래" 등에 초점을 맞춰왔던 아시아 영화감독의
화제작을 모았다.

이란 접경지역 쿠르드 마을의 독특한 장례의식을 매개로 삶의 소중함을
전하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17년전
일어났던 사건으로 인해 파괴됐던 가족의 화해를 다룬 "17년후"(장위엔)가
관심이다.

"태국의 쉬리"로 불릴만큼 흥행에 성공했던 "낭낙"(논지 니미부트르)과
급변하는 환경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도시민의 모습을 그린 "그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프룻 챈)도 주목된다.

올 일본 영화계의 최대 흥행작 "철도원"(후루하타 야스오)도 빼놓을 수
없다.

<> 새로운 물결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문.

10개국에서 초청된 12편의 작품이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정치상황과 현대문명을 풍자한 "사좌"(무랄리 나이르), "스플릿 와이드
오픈"(데브 베네갈)부터 "남남여여"(류 빙지엔), "천상인간"(유 릭와이)까지
아시아 젊은 영화인들의 현실고뇌를 담은 영화들이 맞붙는다.

가족해체를 배경으로 한 "가을국화"(이케하타 슈 사쿠)와 "영원한 멜로디"
(오쿠하라 히로시)도 관심작.

부탄에서 만들어진 첫 장편 극영화인 "컵"(키엔체 노르부)은 스님이 만든
스님이야기란 점에서 화제다.

"구멍"(김국형)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전수일)등 한국영화 두편의 선전이
기대된다.

<> 월드시네마

38개국 53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두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특이한 시각으로 바라본
"뒤죽박죽"(마이크 리), 작은마을 경관의 따스한 마음을 담은 "휴머니티"
(브뤼노 뒤몽)와 "쿠키의 행운"(로버트 알트만) "미후네-도그마3"(소렌 크라
-야콥슨)등 거장과 신진의 연출력을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모로코 불가리아 등 우리의 관심권 밖에 밀려나 있던
나라들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들도 반갑다.

<> 와이드 앵글

세계 주요 영화제의 수상작과 단편을 모았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받은 "파라오"(세르게이 오브츠샤로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하루가 시작될 때"(웬디 틸비)가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보여줄 작품으로 꼽힌다.

"침묵의 흔적"(소피 브르디에, 미리암 아지자)은 한국인 입양아인 소피
브르디에 감독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숨결"(변영주) "냅둬"(박기복)등 한국의 다큐멘터리도 주목받고 있다.

<> 한국영화 파노라마

"쉬리"(강제규)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명세) "이재수의 난"(박광수)
"유령"(민병천) "거짓말"(장선우)등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한국영화가
대기하고 있다.

"컷 런스 딥"(이재한) "송어"(박종원)등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주목할만 하다.

이밖에 특별기획프로그램으로 "20세기 아시아영화의 영광" "아시아-태평양의
독립영화"를 주제에 묶어 초청한 영화를 선보이고 "유현목감독 회고전"을
통해 한국영화사의 흐름을 짚는다.

폐막작은 중국 장이모 감독의 "책상서랍속의 동화".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