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영화의 주제는 "전체"에서 "부분"으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사회와 역사란 큰 줄기를 쌓는데서 벗어나 개인의 소외와 고통을 천착하는
작품이 많아지는 추세다.

천안문사태를 겪은 새로운 세대(6세대)의 젊은 감독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장유엔과 장밍, 그리고 지아 장케 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29살밖에 안된 지아 장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무"가 2일 개봉된다.

한적한 변두리 마을 소매치기의 일상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수용이
몰고 온 중국사회의 혼란과 인간관계의 단절을 포착한 영화다.

16mm 카메라로 찍어 1백컷 남짓한 필름을 이은 소품이지만 지난해
부산영화제 최고 신인감독상, 낭트영화제 그랑프리,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
대상 등을 휩쓸었다.

주인공 소무는 소매치기.

중국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 소매치기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의리를 지키기로 굳게 다짐했던 친구는 술과 담배장사로 큰돈을 벌자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노래방에서 만난 여인도 돈을 찾아 떠난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가족에게서 조차 버림을 받는다.

또다시 읍내에 나와 남의 호주머니를 털던 그는 공안에 붙들려 수갑을 찬다.

영화는 내내 소무의 건조한 시선을 가감없이 쫓는다.

투박한 흑백화면의 오래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다.

극적 반전이나 특이한 에피소드의 삽입 등 영화적 재미를 느끼게할 장치를
일절 배제했다.

화면도 중국대륙의 황토빛 같이 투박하다.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해체"다.

경제개혁의 흐름속에 철거되는 허름한 집처럼 말초적 환락과 돈의 논리에
휘둘리는 중국사회와 개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전하려고 했다는게 감독의
의도다.

메시지를 제외하면 생경하고 부담스러운 영화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