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엔 오페라가 열리지 않는 것이 관례.

일반 음악회도 성하는 피한다.

마니아들이 무더위에 지쳐 산천을 찾아 떠나기 때문.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가족단위로 조용한 휴식을 즐기는 요즘의 추세라면 큰 공연이 없어 심심해
하는 음악팬들도 많을 것이다.

시원한 공연장에서 수준급 공연을 맛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창단 31년을 맞는 김자경 오페라단이 56회 정기공연을 한여름에 마련한다.

올해 두번째 레파토리로 베르디의 "춘희(La Traviata)"를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오후7시30분, 7일은 오후3시30분, 7시30분) 4차례에 걸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국내 최정상급의 가수가 한 팀을 이루고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오페라가수들이 다른 팀으로 캐스팅돼 더욱 흥미를 끈다.

A팀은 소프라노 박정원(비올레타), 테너 김영환(알프레도), 바리톤 김동규
(제르몽), 메조소프라노 김현주(플로라).

"드림팀"이란 표현이 그리 과장은 아니다.

B팀은 비올레타에 소프라노 전소은, 알프레도에 테너 이원준으로 이뤄진다.

김동규가 제르몽으로 B팀에서도 노래하고 메조소프라노 이현정이 플로라역을
맡는다.

임페리아콩쿠르 우승, 비오티 스폴레토콩쿠르 입상 경력을 가진 전소은(35)
은 이탈리아에서 비올레타역으로만 40여회 무대에 오른 차세대 주자.

지난 96년 국립오페라단 초청으로 오페라 "청교도"를 공연한 뒤 두번째 맞는
고국무대다.

지난 92년 루치아노 파바로티 국제성악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테너 이원준
(36)은 이번 "춘희"를 통해 국내 오페라계에 데뷔한다.

7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해외파 가수들의 열연을 기대해 본다.

세계 지휘계에 몇 안되는 한국인 지휘자인 함신익(미 예일대 교수)씨가
"춘희"를 지휘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다음달 중순 국제음악제 참가를 위해 내한하는 차에 프라임필하모닉과 함께
"춘희"를 연주하게 됐다.

그는 국내 오페라무대에는 처음이지만 폴란드 실레지안국립오페라의
수석객원지휘자로도 활동한 경력을 유감없이 선보일 예정이다.

연출은 김홍승,김자경오페라단 합창단(지휘 천기상)과 전미례무용단(안무
전미례)이 참여한다.

춘희에 나오는 절창은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2중창인 "사랑에 불타는
내마음"과 합창 "축배의 노래".

제르몽의 "프로방스의 바다와 땅의 노래"도 매력적인 곡이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