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읽는 한국문학.

KBS2TV의 "TV문학관"이 1년여만에 부활한다.

30일 오후 10시10분 방영되는 첫편은 오정희 원작 "새"(연출 장형일).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 남매가 겪는 삶의 질곡을 주인공 소녀의 눈을 통해
담담히 그려낸다.

남매에겐 온갖 불행이 지워졌다.

지독한 가난.

엄마는 아버지의 학대를 못이겨 떠난다.

친척집을 전전하던 남매가 아버지를 따라 간 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동네 단칸셋방.

세상과 유리된 이곳은 불행한 인간군상이 모여있는 음습한 삶의 현장이다.

수배중인 살인자, 레즈비언 부부, 불구여인...

각각 처절한 사연을 안은채 고단한 인생살이를 견디어간다.

"새"나 "짱가"에 대한 남동생의 강렬한 동경은 버거운 삶을 떠나 훨훨
날아가고 싶다는 꿈의 모티브다.

소녀는 동생이 죽은후 갇힌 새장의 새를 날려보내며 마침내 꿈을 이룬
동생을 본다.

TV문학관 특유의 섬세한 영상미가 여전하다.

극중 흰눈으로 뒤덮인 한겨울 장면은 가마니 1백개가 넘는 소금을 뿌려
만들어 냈다.

불행을 예고하는 소녀의 악몽이나 새를 날려보내는 장면 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한 것도 참신해 보인다.

그래픽이 다소 겉도는게 흠.

작부출신 새엄마의 시종일관 과장된 웃음소리도 거슬리는 부분이다.

최상식 KBS 드라마 제작국장은 "내년엔 일부작품을 35mm 필름으로 제작해
영화에 필적하는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