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몸매와 젖은 눈빛.

영화배우 진희경(32)에게선 도회적 냄새가 물씬 난다.

깔끔한 도시의 젊은 여성에게서 느낄수 있는 반듯한 세련미가 넘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끓어 오르는 용암 처럼 뜨겁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

늘 또다른 모습으로의 변신을 꿈꾼다.

90년부터 내리 6년간 "베스트 모델상"을 받았던 톱모델.

그 화려한 조명을 뒤로 하고 영화배우로 방향을 튼 지 5년째.

그는 "순백의 사랑"에서부터 "질탕한 젊음"까지 상충되는 이미지의 주인공
으로 스크린의 감칠맛을 높여 왔다.

최근엔 연극무대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가며 특유의 감성을 쏟아내고 있다.

"관객과 직접 부딪쳐 보고 싶었어요. 마음에 들 때까지 얼마든 되풀이해
찍을수 있는 영화와는 느낌이 다릅니다. 한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답니다. 선배들의 도움으로 견디고 있어요"

그의 첫 연극출연 작품은 "햄릿1999"(연출 김아라.6월20일까지).

유인촌씨가 사재를 털어 강남에 세운 연극전용극장 "유시어터"의 개관
기념작이다.

맡은 역할은 오필리어.

햄릿의 사랑에 한껏 들떠 있다가 실성해 끝내는 죽는 비극의 주인공이다.

질겅질겅 껌을 씹어대며 남편을 닦아세우는 영화 "신장개업"속의 천박한
왕부인역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다.

"배우의 변신은 생활입니다.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척척 해내는 게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캐릭터와 이미지가 고정되어서는 우물안
개구리로 머물수 밖에 없어요"

그는 스스로가 정한 진정한 배우의 모습에는 한참 못미친다고 겸손해 한다.

"아직은 멀었어요.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해요. 극중 인물속으로 몰입해
들어가는 힘이 남다르고 순발력도 좋다는 평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는 영화와 연극무대에서의 새로운 성격창조에 온 힘을 쏟는다는 각오다.

"햄릿1999"의 오필리어를 오롯이 그려내는 게 지금의 유일한 과제.

7월 열리는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99)의 공식 페스티벌 레이디
로 활동한 다음 찬찬히 다음 출연작품을 고를 계획이다.

"페스티벌 레이디는 영화제의 공식 얼굴이잖아요. 배우로서 조금은 인정받는
것 같아 기뻐요. 더 좋은 작품에 출연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