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하루평균 소비량 7백20만 그릇.

라면보다 조금 높은 열량 4백63Kcal의 밀가루 음식.

1백여년전 인천항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즐겼던 야참거리에서 60~70년대
최고의 외식메뉴에 올랐다가 이제는 피자와 햄버거에 그 자리를 내준 영욕의
주인공.

"북경반점"은 지난 1세기 동안 한국인과 고락을 같이 했던 가장 한국적인
음식 "자장면"을 통해 들여다 본 우리네 인생이야기다.

쓰러져 가는 한 중국집 주방 젊은이들이 뭉쳐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기교나 편법이 아니라 기본원칙에 충실하고 정성을 다하는 것이란 메시지를
담아 내놓은 소박한 상차림이다.

돈의 논리에 놀아나고 유행에 영합하는 요즘 세태에 따끔한 질책을 가한다.

무대는 허름한 중국집 북경반점.

한사장(신구)의 고집대로 전통춘장으로 자장면의 맛을 내는 이 곳은 늘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정통 춘장제조비법을 배우기 위해 어릴적 중국으로 떠났던 친구의 아들
양한국(김석훈)이 어느날 친구의 유언장과 춘장단지를 들고 찾아온다.

한국은 북경반점에 머물며 진정한 맛을 쫓는 요리사로서의 한사장의 자세를
배운다.

어느날 춘장독을 살피던 한사장은 자신의 춘장에 카라멜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주방장을 다그친다.

주방장은 요즘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춘장에 카라멜과 화학
조미료를 섞어야 한다고 맞선다.

충격을 받은 한사장은 쓰러지고 종업원들도 인근 경쟁업체로 뿔뿔이 흩어져
북경반점은 문을 닫는다.

한국은 한사장의 딸 미래(명세빈)와 함께 북경반점을 다시 일으키기로
결심한다.

주방의 옛동지를 다시 불러 모은 한국은 우직하게 기본에 충실, 북경반점
음식의 옛맛을 살려낸다.

영화는 다소 심심할 정도로 과장과 기교 없이 담담하게 줄거리를 엮어간다.

껄렁한 배달원 창원(김중기), 싸완(잡일을 도맡아 하는 주방의 막내)역의
택중(정준), 인근 중국집의 주인(서희승) 등 코믹캐릭터로 간을 맞췄다.

화려하고 다양한 중국요리를 눈으로 맛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음식은 35년간 을지로 4가의 안동장에서 주방일을 해왔던 양명안씨, 쉐라톤
워커힐의 중식당 주방장 모종안씨의 자문을 받아 배우들이 촬영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현실감을 높였다.

91년 데뷔작인 "결혼이야기"로 영화계에 로맨틱 코미디 바람을 일으켰던
김의석 감독.

24일 개봉한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