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왕" 김춘삼의 일대기가 드라마로 옮겨진다.

오는 4월5일부터 방송되는 MBC 24부작 월화드라마 "왕초"(극본 지상학.
변원미, 연출 장용우).

일제치하인 30년대부터 정치적 격랑이 회오리치던 60년대에 이르기까지
30여년동안 "거지들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진 김춘삼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
를 훑어보는 드라마다.

주인공 김춘삼을 비롯 현역 정치인 등 생존자가 12명이나 극중에 등장하는
만큼 제작진은 인물 묘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두 작가는 김춘삼씨를 나흘동안 만나 테이프 6개 분량의 육성 진술을 녹취,
집필에 참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차인표가 김춘삼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하고 "애드버킷" "종이학" 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송윤아가 그의 연인 연지로 출연한다.

지식인이면서 거지들과 함께 생활하는 항일 테러리스트 김빠 역은 신인
김상경이, 김두한 임형도 역은 이훈과 박철이 각각 맡는다.

이밖에 허준호 김세준 박준규 이혜영 등이 거지 옷으로 갈아입고 김남주는
사회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인텔리 여성 민재로 출연한다.

제작진은 김춘삼의 어린 시절을 담기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전북 고창의
선운사, 전남 담양, 장성 등을 돌며 촬영을 했다.

현재 30%정도 제작을 마친 상태.

이 드라마는 대규모 야외 세트장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MBC가 의정부 스튜디오앞 약 1천평의 공터에 7억원을 들여 2개월동안 만든
이 세트는 30~60년대 종로 풍경과 김춘삼의 근거지였던 염천교 일대의 모습을
재현했다.

15m 높이의 중앙은행을 비롯해 종로경찰서 우미관 등이 1백m에 이르는
중앙로 주변에 지어져 드라마의 사실감을 높이는데 한몫한다.

장PD는 "막연히 김춘삼을 미화하는 식의 영웅주의 드라마가 아니라 밑바닥
삶을 사는 거지들의 눈으로 바라본 지난날 우리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