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표절시비가 방송가를 휩쓸었다.

문제의 작품은 1일부터 방영된 MBC 월화드라마 "청춘".

이 드라마는 1일 방영첫날부터 일본 후지TV의 인기드라마 "러브 제너레이션"
을 베꼈다는 주장이 PC통신 등에서 제기됐다.

인물과 상황설정은 물론, 구체적인 장면까지 상당부분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는 3.1절에 시작돼 시청자들로부터 더 큰 분노를 샀다.

결국 MBC는 4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청춘"을 10부작으로 단축(원래
16부작), 이달말까지만 방영키로 결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기종영이 결정된 그날 저녁 MBC다큐멘터리 "논픽션11"은
한국영화의 일본작품 표절문제를 다룬 "맨발의 청춘에서 접속까지"를 방영
했다.

"제 잘못은 모르고 남의 잘못만 탓한다"고 방송사를 비난할 문제는 아니다.

이것이 우리 대중문화의 현실이다.

영화, TV프로그램, 가요 어느것 하나 "일본 베끼기"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다.

TV에서 방영되는 인기쇼, 오락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일본프로그램을 본따서
만들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프로그램은 내용의 건전성 덕분에 "베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형편이다.

표절이나 모방시비가 불거질때마다 "우연의 일치"라는 변명과 함께 등장하는
제작자들의 논리가 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과 그대로 베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하물며 작가의 창의성과 개성이 생명인 "작품"의 문제일땐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대중문화에 대한 빗장이 풀리고 있다.

한편에선 우리 영상물의 해외시장 진출이 시도되고 있다.

앞으로 "일본 베끼기"는 국내 시청자들의 눈만 가린다고 해결될 수 없다.

국제적 망신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