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규 감독은 새해초를 서울 압구정동의 편집실에 틀어박혀 지냈다.

다음달 13일 개봉되는 영화 "쉬리"의 마무리작업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탓이다.

"쉬리"는 2년간의 시나리오작업을 거쳐 보통 영화 촬영분의 두배를 넘는
2백50 신(Scene)과 1천5백 컷을 찍은 대작이다.

순제작비 23억원, 예고편 광고비까지 합하면 29억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일단 규모에서 "한국 최대"란 타이틀이 붙은만큼 설레임과 함께 은근히
걱정도 되는게 강 감독의 속마음이다.

"쉬리는 2002년 월드컵이 열릴 무렵 남.북 특수기관 사이에 벌어지는 대결을
그린 액션영화입니다. 신소재 액체폭탄인 CTX를 차지하기 위해 정보요원들이
혈투를 벌이지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드라마입니다.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구조와 영상미에 초점을 맞췄지요"

강 감독이 "줄거리"를 강조하는 것은 그가 시나리오작가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할리우드식 영화문법에 한국적 정서를
담은 "새로운 영화"가 필요하고 그 핵심은 "이야기거리"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제가 81학번이고, 초등학교도 반공도덕 시범학교를 다녔으니 남북관계에
관심을 안가질 수가 없지요.

그렇다고 "길소뜸"류의 영화를 만들 수는 없고..

그래서 구상한게 액션과 드라마를 함께 갖춘 작품입니다"

"쉬리"는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물고기로 영화의 내용과 느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북한의 특수8군단을 일본의 적군파로 바꾼다면 영화의 느낌이나 내용
이 전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라고도 반문했다.

강 감독이 특히 애착을 느끼는 인물은 최민식이 연기한 8군단 간부 박무영역
이다.

악역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그의 출세작 "은행나무침대"에서의
황장군과 일맥상통한다.

"남.북관계에서도 선악을 도식적으로 나눌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젊은이들이
느끼는 아픔과 사랑이 영화의 진짜 주제입니다"

강 감독은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등 배우들이 열심히 해주었다"며 "1시간
40분 동안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눈을 못떼게 만들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후 연출부의 막내 심부름꾼에서 시나리오작가, CF
감독 그리고 데뷔작의 대성공까지 그는 충무로의 쓴맛과 단맛을 함께 봤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스크린쿼터제의 사수만으론 한국영화를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의식전환을
통해 다양하고 참신한 영화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강 감독은 "한국영화도 이제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올해는 자신
에게도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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