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불황 시대의 돌파구 해외에서 찾자"

올해 문화예술계의 대차대조표는 "내수부진과 수출증대"로 요약된다.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기울인
한 해였다.

연쇄부도와 판매부진에 시달린 출판계는 국내공백을 메우기 위해 해외진출에
전력을 기울였고 공연예술 분야도 외국무대에서 오히려 더 각광받았다.

대형 뮤지컬 "명성황후"가 브로드웨이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무용 음악 방송프로그램 수출도 활기를 띠었다.

해외진출이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역시 출판계.

지난해에 비해 수출이 30%이상 늘었다.

도서출판 보림(대표 권종택)은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 호랑이"시리즈
1만여권을 미국 일본 싱가포르 영국 등 6개국에 직수출했다.

특히 영문판은 권당 14.95달러에 계약, 국내보다 3배나 비싼 값에 팔았다.

명진출판사(대표 안소연)도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김지룡 저)를
8-10%의 저작권료를 받고 일본에 수출했다.

진명출판사(대표 안광용)는 해외법인을 통한 현지판매로 시장을 파고
들었다.

홍콩법인 진명출판사유한공사에서 "수학귀신" 등 32종을 내년부터
중국시장에 판매키로 한 것.

도쿄법인 JPI에서도 컴퓨터 회화서적 등 22종을 현지판매한다.

컴퓨터서적 전문 영진출판사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로그래밍 언어
설명서 "비주얼 C++프로그래밍 바이블 Ver5.X"(이상엽 저)를 인도에 수출,
1만부 이상 판매했다.

영진은 지난 10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도 활발한 수출협상을 벌여
내년초 10여개 국가와 계약할 예정이다.

이문칠(55)대표는 "안에서 불황타령만 할 게 아니라 바깥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컴퓨터 전문가를 위한 바이블 시리즈를 만들어 해외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연예술계의 해외진출도 잇따랐다.

프랑스 아비뇽축제에서 한국공연이 호평을 받았으며 금호현악사중주단과
국립국악원,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 등이 해외공연을 가졌다.

최대 화제작은 역시 "명성황후".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돌며 "장엄하고 생생한 한국판 에비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라는 극찬을 받았다.

에이콤 대표인 연출자 윤호진씨는 뉴욕공연후 "교포관객이 주를 이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관객 4만명 중 3만여명이 거의 미국인들이었다"며
만족해했다.

명성황후는 수입면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공연예술도 팔리는 문화상품
으로 수출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환퍼포먼스는 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99''의 해외공연에 적극 나서기로 하고
최근 미국의 브로드웨이아시아와 해외공연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했다.

방송 프로그램 수출 또한 활기를 띠었다.

지난달 싱가포르 "MIP-ASIA 98"에서 삼성은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와
영화 "런어웨이" 등을 20만달러에 미국 베트남 호주에 수출했다.

대우는 드라마 "백야3.98"을 4만5천달러에 인도비전과 대만케이블TV,
투니버스는 애니메이션 "라젠카" 등을 3만달러에 중국에 판매했다.

공중파 3사도 각각 58만5천달러(KBS), 47만3천달러(MBC), 39만6천달러(SBS)
어치를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KBS는 15.8%, MBC는 36.3%, SBS는 3.7%가량 늘어난
액수다.

가요부문에서는 여성 3인조그룹 S.E.S가 일본어 싱글앨범 "하나가 되는
세계"(VAT 레이블)를 7만장 이상 팔았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