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결부되지 않는 이상은 공허하다. 좌파와 우파를 넘어 양쪽의
장점을 절충시키면서 제3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유럽을 휩쓸고 있는 신중도좌파 정권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앤서니
기든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고문이자 런던정치경제대학 총장인 그는 하버마스
와 함께 유럽지성의 쌍벽을 이루는 인물이다.

그가 주창한 "제3의 길"이론이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할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신자유주의 물결속에서 시장경제 논리와
시민적 연대, 정의의 원리를 결합하려는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제3의 길"은 어떤 의미이며 분단상황과 IMF체제에서 한국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까.

그의 이론은 최근 나온 "제3의 길(The Third Way)"(앤서니 기든스 저,
한상진.박찬욱 공역, 생각의나무)과 5일 출간예정인 "기든스와의 대화"
(앤서니 기든서.크리스토퍼 피어슨 대담, 김형식 역, 21세기북스)에 잘
요약돼 있다.

"제3의 길"은 정치적으로 중도좌파적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고 경제적으로는
무한경쟁으로 인한 시장경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절히 간여하는
신혼합경제를 추구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유토피아적 현실주의"이다.

그의 이론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역동적인 정부를 역동적인 시장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국가의 시장개입을 너무 강조했던 구식 사회민주주의나 모든 것을 시장의
결정에 맡기자는 신자유주의를 동시에 뛰어넘으려는 시도다.

그는 구체적으로 "제3의 길"을 위한 6대 과제를 든다.

첫째는 정부의 재창출이다.

정부기구의 몸집을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민사회를 재구성하는 것이고 셋째는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통한
신혼합경제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넷째는 인적자원 개발과 휘험사회에 대한 처방으로 복지체제를 개편하는
작업.

다섯째는 친환경적 생산력을 키우는 "성찰적 근대화"로의 전환.

여섯째는 세계적 민주주의를 관철할 수 있는 범세계적 관할체제 확립이다.

지난 10월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그는 인적 자본에 대한
사회투자를 강조했다.

기존 복지국가들은 실업자들을 돈으로 직접 구제하려 했지만, 직업훈련과
교육개혁 같은 정책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활력있는 시민사회가 "제3의 길"의 중심테마라고 역설하면서
한국에서는 정부와 재계, 시민사회의 3자간 협력관계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3개의 다리를 가진 의자"가 사회안정과 지역 공동체적 삶을 받쳐주는
토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3의 길은 아직도 미완의 정치철학이다.

열린 사고방식과 현실정치의 간격은 여전히 크다.

특히 우리에게는 자칫 "먼 나라"의 공허한 이론일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있는 대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치경제적인 양극대립과 지역.노사갈등 등을 극복하고 산업평화와 시민생활
의 안정을 찾아야 하는 마당에 대타협의 필요성이 더욱 긴요하기 때문이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동양의 중용철학과 연계해서 "제3의 길"을 주체적
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 국내에 소개된 앤서니 기든스의 저서 >>

<>민족국가와 폭력(삼지원)
<>사회구성론(자작아카데미)
<>사회이론의 주요쟁점(문예출판사)
<>정치사회이론연구(한국사회학연구소)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한울)
<>포스트모더니티(민영사)
<>현대사학회(을유문화사)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새물결)
<>현대성과 자아정체성(새물결)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