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크린쿼터제 폐지 압력에 맞서 영화인들이 다시 거리로 뛰쳐
나왔다.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문제와 관련, 가두시위를 벌인 것은 지난 7월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의 폐지 발언 이후 올들어 두번째다.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지미 임권택
이태원)는 1일 서울 남산감독협회 시사실에서 "한국영화죽이기 음모 규탄"
대회를 가진데 이어 오후 1시부터는 광화문 일대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영화인들은 오후 명동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농성에 들어갔으며 폐지압력에
대한 항의표시로 이날 영화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영화인들은 4일부터는 감독협회에서 농성을 계속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키로 했다.

스크린쿼터제는 국내극장이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2인 1백46일(경감조치후
1백6일)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제도로 그동안 OECD(경제협력개발
기구) 등 국제 통상협상에서는 "문화적 예외"로 인정돼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 조항이 개별국가간의 쌍무협상에선 제외된다는 점을 이용,
지난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3차 통상협상 실무회의에서 한국정부에
"스크린쿼터 폐지를 전제로 한 단계적 일수 감축"을 요구했다.

문화관광부도 최근 영화계 관계자를 만나 이번 협상에서 "예외조항 지위"를
포기했음을 알리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문성근씨(영화배우)는 이날 "지난 26일 영화관계자 모임인 충무로포럼에서
이같은 사실을 정식 통보받았다"며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하루라도
줄이는 것은 스크린쿼터제도의 폐지와 영화계의 공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지영 감독은 "스크린쿼터제의 대응결과는 한.미 통상협정이 개별국가간
첫 쌍무협상이라는 점에서 외국도 주목하고 있다"며 "프랑스 영화제작가협회
등의 지지선언도 받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계는 참여연대 등 40여개 시민단체와도 연계해 저지대회를 갖는다
는 계획아래 오는 4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