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원(32)의 노래엔 향기가 스며있다.

서늘한 바람탓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늦가을의 정취, 꽃망울 터지는 따스한
봄날의 화사함이 어우러져 있다.

스스로 "초콜릿 색깔"로 표현하는 허스키한 저음으로 빚어내는 그의 노래맛
은 그만큼 복합적이다.

그게 10대 소녀에서 40대 아저씨까지 폭 넓은 층의 고정팬을 두고 있는
"권진원식" 노래의 비밀이다.

그가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라이브 콘서트(12월6일까지.763-8233)를
열고 있다.

공연주제는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Yesterday once more)".

"빛바랜 어린시절, 쓸쓸한 가을풍경, 이웃의 건강한 웃음을 담은 슬라이드
같은 공연이 됐으면 해요.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려 밝은 내일을 위해 힘을 내자는 뜻으로
준비한 것이지요"

데뷔곡 "지난 여름밤의 이야기"와 "살다보면"을 비롯,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비틀즈와 카펜터스의 팝송으로 이어지는 그의 노래는 공연장 가득
"건강미"를 넘치게 한다.

"건강한 삶의 노래"는 그가 추구해온 음악생활의 주제.

85년 강변가요제 은상입상으로 데뷔한 후 온갖 상업적 제안을 뿌리치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에서 5년여간 활동한 것도 그때문이다.

나름대로의 음악을 하기 위해 92년 노찾사에서 나와 첫 독집음반인
"북녘 파랑새"를 냈다.

이 음반은 그러나 음반사가 부도를 낸 탓에 그냥 뭍혀버렸다.

"인복이 많은가 봐요.

주변의 도움으로 95년 두번째 음반을 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로커 윤도현씨와 같이 부르려고 만든 "살다보면"이 뜨는게
아니겠어요.

지금까지 "살다보면의 권진원"으로 불릴 만큼이요"

그는 이후 방송 음악프로의 단골 초대가수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팬들과 직접 만나는 라이브 연주회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세번째 음반을 냈다.

"요즘엔 노래한다는게 사치란 생각도 들어요.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음악의 힘이 필요해요.

사람들에게 살아야한다는 용기를 주는 노래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이번 공연이 끝나면 네번째 음반작업에 들어간다.

거의 모두 자신이 쓴 따스한 곡으로 채울 생각이다.

"언제나 자유롭게 아름답게 그렇게...맘껏 행복했으면"("살다보면"에서)
좋은 세상을 노래로 가꾸려 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