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전반에 걸친 파행 난맥상을 진단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상정을 보류키로 했다"

지난 16일 국민회의가 총재단회의에서 결정한 "통합방송법 정기국회
상정보류" 발표는 방송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4년이나 끌어온 법안이라 "또 한번의 연기"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번 만큼은" 법통과를 낙관하던 분위기여서 충격이
컸다.

특히 소유규제완화, 중계유선방송과의 통합, 외자도입 등 업계의 "생존"
문제가 걸려있는 케이블TV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4년간 방송학자들도 지겹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방송법관련 세미나와
토론회를 했는데 국민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한 방송관계자들의 지적처럼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별로 없는것 같다.

관련업계에서는 "이해 당사자들간의 로비에 휘둘려서" 또는 "정권을 잡고
보니 야당때와는 생각이 달라져서" 등 보다 원색적인 표현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통합방송법 상정 연기의 직접적 배경을 두고는 해석이 구구하지만 "정치적
논리"가 개입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당관계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올해 1천8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마당에 기존
방송사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며 공중파방송사들이 통합방송법안에 대해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각계인사가 참여하는 "방송개혁특별위원회"(가칭)을 구성,
의견을 수렴한뒤 새로운 내용의 방송법안을 내년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
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위원회"가 없어서 의견수렴이 안됐을까.

각계 인사란 또 누구를 말하는가.

현재 국민회의의 방송법안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간을 뒤바꿔야 할 정도로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일단 통과시키고
미진한 점을 보완하는 게 낫다.

그동안 줄곧 외쳐온 "방송 정상화"의 방향을 전면 수정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