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판을 이끄는 힘은 30대 연출가들의 정열이다.

30대 연출가들은 실험무대를 통해 끊임없이 연극 언어를 살찌우며
우리연극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무대운영 방식에서 스스로를 40~50대 선배들과 차별화시킨다.

질서정연한 논리보다 직관적 발상에 따른 시각위주의 무대꾸미기에
치중한다.

또 이들 내면에 감춰진 현실인식은 독설적이다.

박상현(37), 이성열(36), 조광화(34) 등 30대 연출가 3명이 11월4일부터
내년 1월1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오늘, 우리자신의 문제점"을
얘기한다.

예술의전당이 93년 오페라하우스 개관 이후 매년 한차례씩 꾸미는
"우리시대의 연극"시리즈에 초청받아 각각 1편씩 총 3편의 연극을 공연하는
것.

첫번째 주자는 박상현.

11월4일~22일 자신이 직접 쓴 "사천일의 밤"을 공연한다.

12.12사태 당시 신군부세력에 의해 살해당한 김오랑 소령의 미망인인
고백영옥씨가 남편을 잃을 후 의문사할 때까지 4천일간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박상현은 이 작품을 "다큐방식으로 풀어본 멜로드라마"라고 정의했다.

그는 "20년밖에 안된 일을 망각하고 사는 우리의 역사의식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우리의 누이"를 통해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려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무대는 조광화의 "미친 키스"(11월27일~12월13일).

"접촉에의 욕망"이란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표피적 접촉만을 갈구하는
우리시대의 뒤틀린 사랑방식을 코믹하게 그린다.

조광화는 "일방적인 접촉을 통해 사랑과 존재를 느끼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이
그럴수록 허전해하고 병적으로 접촉에 집착하는 과정을 그렸다"며 "정서적
측면에서의 시대읽기"라고 말했다.

마지막 무대는 이성열이 꾸민다.

제목은 "파티"(윤영선 작, 12월31일~1월17일).

도시에서 탈출한 한 가정의 전원주택에 초대하지 않은 마을사람들이 찾아와
난장판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심난한 새해를 맞는 기분"에
빗대 전하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이 총 제작비중 3분의1을 지원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3시, 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 6시.
(월 쉼)

580-1250.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