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아시아 지역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하라.

지금 손해를 보고 있더라도 즉시 팔아치우고 빠져나오라"

외환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져들던 지난해 10월 28일.

모건스탠리 증권사가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보낸 전문이다.

이날은 원달러 선물(NDF:비인도 선물환) 1개월물이 달러당 1천원을 돌파한
날이다.

모건스탠리 증권은 개도국 시장분석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어 어느 증권사
보다 투자조언에 무게를 갖고 있었다.

하루 전날 8천억원의 주식을 팔아 치우며 한국탈출을 시작한
국제투자가들에게 모건의 대피경보는 결정타를 날렸다.

그 결과 서울 증시 주가는 무려 35포인트나 빠졌고 5백선이 간단히
무너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한국경제를 벼랑끝으로 몰고간 1년간의 비극이 실록으로 엮어져 나왔다.

"실록 외환 대란-이 사람들 정말 큰 일 내겠군"(정규재.김성택 저, 한국경제
신문사)과 "대환란백서"(김진엽 저, 한국능률협회)가 나란히 출간된 것.

"실록 외환 대란-이 사람들 정말 큰 일 내겠군"은 외환 대란의 전말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보고서다.

당시 재정경제원을 출입하던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국제경제 흐름과
국내 경제부처의 대응과정을 슬로모션으로 보여주듯 생생하게 재현했다.

필자들은 경제부처들이 어설픈 원리주의자들에게 점령됐던 것이 외환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성급한 혁명론자처럼 "전부 아니면 전무"의 개혁을 추진한 결과 한국경제
전체를 극심한 혼란과 무정부 상황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IMF체제는 정치의 실패, 기업의 실패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한국 경제
관료들의 죽음이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 문제가 논란을 일으켰으나 "보고"는 없었다.

당국자들은 마지막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구제금융 신청도
우리의 결심보다는 IMF의 강력한 권고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환율정책은 대표적인 실패작이었다.

"환율에 손대는 것보다는 구조개혁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이
국민경제에 마약을 주사한 것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대외정책에서도 허둥대기는 마찬가지.

미국 금융계는 정권교체기의 한국 신구정권 인맥을 교묘하게 파고들며 협상
전선을 교란시켰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취약성이었다.

필자들은 아시아 환란의 진원지였던 태국도 한때나마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을 완전히 굴복시켰지만 우리는 앉아서 당했다고 전한다.

"대통령만 바뀌었지 달라진 것은 없다"는 지적도 뼈아프게 들린다.

"대환란백서"는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 주간지에 실린 테마를 날짜별로
요약하고 총평을 곁들인 것.

경제위기의 심화 확대 변동 과정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정치논리보다 순경제논리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