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6번째 음반(EMI)이 나왔다.

이 음반에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작품64"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작품47"이 담겨 있다.

96년 11월초 마리스 얀손스의 지휘로 베를린 필과 함께한 녹음이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유럽전역에 생중계된 베를린 필 정기연주회의
협연실황이다.

이 음반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베를린 필과 협연한 한국인 최초의 음반이며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을 이끌 지휘자로 꼽히는 얀손스와 함께 한 첫번째 음반이란
점에서다.

두 협주곡 모두 장영주의 첫 녹음이기도 하다.

장영주는 나이(연주당시 만15세)를 훌쩍 뛰어넘은 듯 하다.

얼음장 같이 시리도록 창백한가 하면 이내 폭발적인 힘으로 비상하는
바이올린의 소리는 이미 거장으로서의 품격을 느끼게 한다.

멘델스존과 시벨리우스란 두 대가가 빚은 음의 건축물은 장영주의 연주로
인해 더욱 뚜렷한 윤곽과 생명력을 얻은 것 같다.

장영주의 연주가 어떠했는가는 시벨리우스 협주곡 3악장의 코다(악장의
끝부분)에 이어지는 무뚝뚝한 베를린 청중들의 박수와 환호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